[빈골소리]많은 말보다 진솔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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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골소리]많은 말보다 진솔한 대화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3.08.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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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물(萬物), 만상(萬象), 만사(萬事), 만인(萬人)을 망설임 없이 양단(兩斷)하는 세태가 두렵습니다.

광복절 하루 전날, 한낮에는 개교 110년을 넘긴 순창초등학교 교정에서 해방 소나무기념식이 열렸고, 늦은 오후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있는 순창읍 일품공원에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기림식이 열렸습니다. 같은 날 같은 지역에서 열린 행사지만 행사장 참석자와 분위기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사람 없이 일할 수 없는데, 말없이 일하는 사람과 말만 많이 하고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이 섞여 있는 세상은 공평하지 못합니다.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말만 많은 사람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권력과 부를 누리며 활개를 치는데, 말없이 일하다가 순직하는 사람은 충분한 애도도 보상도 받지 못하는 현실이 딱하고 분 하지만 또 참습니다.

남 말하기 좋아하고, 귓속말로 일을 꾸미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속내를 보면 자기 부족한 부분만큼 남을 깎아내리고, 험담하면서 자위하고 보상받으려는 허영심으로 가득합니다. 타인을 깎아내리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 사람은 칭찬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상대방을 내리찍어야 마음이 놓인다는 것입니다. 그 상처가 쌓이면 곪아 터질 터인데 안타깝습니다.

항상 좋은 말만 하며 살아갈 수 없지만, 속상하고 화나고, 억울한 마음에 참지 못한 푸념도 입 밖으로 나오면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말에는 책임이 따르고 때로는 엄청난 파급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부주의한 말 한마디로 평생 쌓은 것이, 허물어지는 수도 있습니다. 말을 아끼고 특히 사람 앞에서 한 말은 꼭 지켜야 한다는 신의가 두터워야 합니다.

말하는 사람 따로, 행동하는 사람 따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말하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말하면 그 말을 지켜야(지키려고 노력) 합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자기 말과 행동의 간격을 좁히고 일치시키는 일은 영원한 자기의 숙제이자 목표입니다.

 

말 많은 세상의 많은 말이 급속히 널리 퍼지는 사회가 된 지 오랩니다. 그 많은 말 때문에 일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입니다. 소위 정치인을 포함한 지도자, 대표자의 말은 대중의 주목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대중의 칭송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말이 많으면 가볍다 지루하다 하고, 말이 없으면 무겁다고 하고, 공적 언어에는 권위적이고, 사적 언어에는 예의 없고 경솔하다 봅니다.

말이 너무 많은 곳에서 생각이 자라기 어렵다고 합니다. 할 말은 해야 하나 생각과 행동의 균형이 무너지면 개인, 사회, 국가의 미래는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고급 자동차를 몰며 담배꽁초를 차창 밖에 버리는 사람과 그 담배꽁초를 일로써 줍는 사람 중에 누가 더 사회에 공헌하고 있는가요? 죽음을 무릅쓰고 불구덩이에 들어가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과 말만 많고 할 일은 안 하는 힘 있는 고관대작중에 누가 더 존경받아야 하나요?

말없이 일하는 사람은 영향력이 없고, 일은 안 해도 말을 많이 하면 영향력이 큰 사회는 발전도 성장도 희망도 없습니다.

 

중앙, 지방, 지역 모두 정치인(권력자)과 그 주변인의 영향력이 큽니다. 그런데 그들의 표현 가운데 이해되지 않는 말이 많습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대화와 토론의 형평성과 금도(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가 부족합니다. 상대의 존재를 인식하고 존중한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있어야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자기 편견과 선입견 없이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습니다.

서로 생각이 달라서 말과 행동이 다르고 갈등과 다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 간격을 좁히고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 바르게 생각하고 정확히 표현해야 합니다.

듣기 좋은 사탕발림이 지켜지지 않으면 더 큰 불신이 쌓입니다. 귀찮고 힘들어도 불신이 쌓이기 전에 진솔하고 절제된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지역 주민 모두 행복해지기 위하여.

림양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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