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고의 숨겨진 보석, 자동차과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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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고의 숨겨진 보석, 자동차과를 아십니까?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1.12.23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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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 100%, 대학 진학 학생도 절반 이상

▲ 순창제일고 자동차과 25명의 학생들과 담임인 류호성 교사가 지난 여름 함께 찍었던 개성넘치는 졸업기념 앨범 사진.

“모씨 집안 모군, 서울대 합격!” 곳곳에 현수막이 걸리고 사람들의 대화 속에 ‘서울대’란 단어가 오르내린다. 대학 합격 시즌이다. 인문계 고등학교 여기저기에서 명성 높은 수도권 대학에 합격해 시선 집중(스포트라이트)을 받는 학생들이 많다. 열심히 노력해서 목표한 대학에 합격해 사람들의 축하와 사랑을 받는 것. 바람직한 일이다.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학생이 목표한 바를 이룬 것에 보내는 축하가 아닌 그저 문턱 높은 서울의 대학교, 이름값 하는 그 곳에 들어가 학교의 위상, 부모의 위상을 세웠다는 것에 보내는 축하와 자랑으로 보인다. 꿈에 한 발짝 다가선 것에 대한 칭찬과 사랑이 아닌 현실이 안타까운 이 때, 여기 조용한 곳에서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온 아이들에게 진심어린 사랑과 축하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들의 꿈을 위해 목표한 바를 이룬 25명의 숨겨진 보석들이 있다.

지난 19일, 학생 대부분이 취업해 나가있어 한산했지만 왠지 풍요로운 제일고 자동차과 교실을 찾았다.

“이 아이들이 이룬 결과는 서울대에 들어간 것만큼이나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예요. 신문에 좀 대문짝만하게 내줘야 합니다.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데요.”

3학년 4반, 자동차과 류호성 담임교사는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쉴 새 없이 학생들 이야기를 쏟아냈다. 잠깐의 틈도 없이 개개인마다 이뤄낸 성과를 자랑했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꺼내 보인 자료엔 취업현황, 자격증 취득 현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겨우 2개를 취득한 학생이 3명뿐이었는데, 이번에 졸업하는 학생들은 기본 2개씩 모두 자격증을 취득했고 50%이상 3개의 자격증을 땄습니다. 4개나 딴 학생도 있어요. 3학년은 그렇다 치고 1ㆍ2학년 학생들까지 형들을 본받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몰라요. 결석하는 학생이 단 한명도 없습니다.”

이들 자동차과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1학년 때부터 열심히 공부했고, 3학년 1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선생님은 학생이 원하는 바에 따라 취업, 대학 진학 등 진로를 정하게 했다.

신입생 때부터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많았다. 학생들이 취득하는 자격증에 대해 묻자, 각자 나름대로 중장비(굴삭기, 지게차, 로더), 자동차보수 도장, 컴퓨터 지원설계(CAD), 용접 등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 지속적인 준비를 했고 교사들의 지도 아래 모두 2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이들은 준비된 사람이었고 부르는 곳은 넘쳤다. 25명의 학생들 모두가 취업에 성공했다. 지난 9월부터 곽성근ㆍ김우재ㆍ박명곤ㆍ이경용 등 취업을 목표로 했던 학생들 모두 광주, 구미, 남원, 익산 등 전국 각지에 나가 일을 하고 있다. 자동차과 실습실이 한산했던 이유도 3학년 학생들이 모두 취업해서 나가고 1ㆍ2학년만 남았기 때문이었다.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었다. 사실상 정시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어려웠기에 수시모집에 힘을 쏟았다. 무조건 수도권, 이름 있는 대학에 보내고 뒷일은  생각 안하는 진학상담이 아니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았기에 비교적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 국립대학교에 원서를 넣을 수 있도록 도왔다.

경쟁률이 높았다. 꿈도 못 꿀 줄 알았다. 하지만 이들은 이뤄냈다. 취업률 100%를 보장하는 기능대학교인 ‘광주 폴리텍대학’의 금형설계과에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전병선 학생을 비롯해 ‘군산대학교’에 장학생으로 뽑힌 김동언, ‘전북대학교 아이티(IT)시스템공학과’에 합격한 장준환 등 13명의 학생들이 대학에 합격했다.

사실 제일고 자동차과에 대한 미담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지레 짐작으로 “자동차과 학생들은 문제아다”, “자동차과에 가서 뭘 배우기나 하느냐, 공부하기 싫어서 가는 거 아니냐” 등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항간에는 학교의 이미지를 깎아내린다는 이유로 2013년부터 자동차과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는 게 사실이다.

류 교사는 ‘이 아이들도 할 수 있다. 뭔가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했다고 말했다. 직접 안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조금의 관심조차 주지 않았으면서 문제아로 단정 짓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변하면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열심히 하자고 보듬었고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결과로서 지금 이 작은 종이 한 장에 새겨져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류 교사의 표정이 상기되어 있었다.

격앙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번 신입생 모집은 어땠냐고 물었다. 다시 그는 안정을 찾고 자랑을 이어갔다. 28명을 모집하는데 37명이 지원해 1.3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단다. 지원자가 모자라는 군내 인문계열 고등학교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군내 학생들뿐만 아니라 군산, 남원, 임실, 전주에서 지원해 입학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시간은 정해져 있었지만 전하려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듯 했다. 그는 서울대, 연세대에 합격했단 사실에 축하받는 것의 반만이라도 아이들이 축하받길 바란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이런 소망이 비단 한 사람만의 외침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며 낮은 곳에서 꿈을 향해 열심히 뛰어온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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