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겸손!

어제는 집행부 회의를 마치고 화장장으로 거론되는 장소를 함께 살펴보고 저는 혼자서 오산방면으로 무작정 나서봅니다.

카톡으로 모으고 책임자가 좀 다듬어서 세상에 나온 화장장 반대 현수막들은 곳곳에서 비 맞은 몸을 털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작은 칼이 들어있고, 어떤 것은 원망과 분노, 허탈과 호소가 내용에 들어있습니다.

제가 하는 농악연주의 가장 좋은 태도는 부끄러운 듯 겸손하되. 자신감 넘치는 용기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마음속 아끼는 후배님과 화장장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길게 했습니다. 그러다 후배님 덕에 잊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아! 풍산화장장 싸움도 겸손하고 용기 있게, 멀리 가는 길이구나! 용기가 있되 겸손하고, 겸손하되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하는 긴 싸움이구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휴대폰에서 지울 수 없는 두 분 선생님

고인이 되셨지만 핸드폰 연락처에서 지우지 못하는 두 분이 계십니다. 남원농악의 예능 보유자셨던 전라 좌도농악의 ‘부들 상모놀이’ 명인 ‘류명철 선생님’을 잊지 못합니다.

자신과 몸이 비슷하다며 몇 벌의 농악복을 장농에서 내어 선물 주셨는데, 좌도지역 최고 기량의 거장이셨습니다.

또 한 분의 류 선생님은 순창 시조를 전국 제일의 반석 위에 올려놓으신 ‘류재복 선생님’이십니다.

남원의 류 선생님에게 농악의 진수를 연주 및 지휘능력으로 매료당했다면, 순창시조의 류 선생님은 존경이라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는 탁월한 문화교육가이자 어른이셨습니다. 큰 어른이셨습니다. 헌신하셨고, 투철하셨으며, 공정하셨고, 눈부신 성과를 내셨고 늘 따뜻하셨습니다.

작업장에서 걸어 나오다가 창고의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이 보입니다. 등판마저 둔탁해진 낯선 초노인의 모습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나이로 보니 어! 나도 어른이네 합니다. 부끄럽습니다.

풍산화장장 이야기가 나오고서 많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고수해오던 농악이라는 문화 전달자가 정치적으로 보이거나 첨예한 문제에 앞장서는 것이 도움이 되느냐며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광대도 풍각쟁이도 나설 때가 있구나 결론 지었습니다.

내용과 상관은 없지만 남원 류 선생님은 “그렇게 계속 잘하면 되네!”가 마지막 문자입니다. 순창 시조의 류 선생님의 마지막 문자는 “평소 존경하는 이 회장님도 만사형통하시기 바라네” 입니다.

 

부드러움과 강함!

직장 다니는 아내와 소 키우면서 농악까지 하느라 빠듯했는데, 화장장 반대 위원장의 완장 무게는 집 주변의 풀들을 더 무성히 방치하게 합니다.

줄날로 예초기를 장착하고 나니 대가 굵은 풀을 쳐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고 작업속도가 조금 느립니다. 그러나 줄날은 위험이 덜하고 틈사이 작업이 가능하고, 자칫 잘라버릴 수 있는 전선, 위험한 쇠 파이프, 돌, 시멘트 벽사이를 말끔하게 정리해 줍니다. 예초기를 마치는 동안 ‘부드러운 것이 상대에게 상처를 덜 주는구나’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법치주의란, 법이 있으니 대중들이 이것을 잘 따르라는 말이 아니고, 권력을 가진자가 법을 집행할 때에는 법과 절차에 벗어나지 않도록 반드시 지키라며 경각심을 주는 말이라고 합니다. 관의 뜻이라 해서 일단 밀어붙일 것이 아닙니다. 절차에 대해서 우리가 아파하는 마음을 다시한번 깊이 새겨 줄 것을 깊이 권고 합니다. 강한 것만이 이기는 것이 아님을 권력자에게 호소합니다.

“민초들은 약하지만 강하다!”

“권력자는 강하지만 약해져야 한다!”

그래야 맞다고 생각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