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파죽/ 칼날이 닿자마자 쉽게 베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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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여파죽/ 칼날이 닿자마자 쉽게 베어지다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1.12.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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勢如破竹 (세여파죽)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23

목숨을 걸고 인민공사체제를 거부한 18명의 중국 농민들! 중국의 개혁개방의 첫 단초를 이끌어낸 영웅들이라고 칭송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중국 공산당이 대륙 전역을 장악하게 된 것은 ‘무상몰수무상분배’의 토지개혁을 통해 다수 농민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1950년대 중반 인민공사(人民公社)로 전환하여 농민들의 영농의욕을 송두리째 꺾어 농업생산은 크게 줄고 농촌경제는 나날이 피폐하게 되었다.

안후이성(安徽省)의 한 작은 마을, 늘 가뭄으로 굶어 죽어나가는 시야오강촌(小岡村)의 18명 가장들은 1978년 겨울 마침내 일을 냈다. 목숨을 걸고 법을 어겨 농지를 나눠 농사를 짓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성과는 컸다. 공동으로 지은 것보다 소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당시 성장 완리(萬里)는 이를 즉시 덩샤오핑(鄧小平)에게 보고하였고 덩은 “지켜보자”고 하였다. 그러나 이들 범법자 농민 18명은 이미 농민들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덩은 마침내 개혁개방의 첫 단추를 샤오강촌 농민들이 불법으로 행한 ‘농가도급경영제’를 합법화하고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정했다. 이삼십년 간 농촌의 족쇄였던 인민공사는 폐지되었다. 이를 계기로 국유기업도 개혁이 촉발되어 가속도가 붙고, 심천 등 많은 항구를 개방하여 오늘날 자본주의와 다를 바 없는 ‘사회주의시장경제’ 체제가 굳혀지게 하였다.

18명 농민들이 영인이해(迎刃而解)의 역할을 맡음으로써 13억 중국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방현령이 쓴《晉書ㆍ杜預傳(진서ㆍ두예전)》에 나온다. 비여파죽, 수절지후, 개영인이해(譬如破竹, 數節之後, 皆迎刃而解) : 대가 몇 마디 쪼개지면 칼날이 닿자마자 쉽게 베어집니다. 

서진(西晉, 265-316)시대 무제(武帝)때 두예(杜預)는 학문이 깊고 견식이 매우 넓어 당시 사람들이 그를 두무고(杜武庫, 두씨의 무기고)라고 불렀다.

후에 진남대장군(鎭南大將軍)으로 임명되어 형주(荊州)지역의 군사를 맡게 되었다. 어느 해, 군대를 이끌고 오(吳)나라를 쳐 열흘이 못되어 장강(長江)상류의 대부분을 점령하였다. 곧 이어 원수(沅水)와 상수(湘水)이남 일대의 주(州)와 군(郡)에서 모두 투항하여 왔다. 두예가 승기를 타고 추격에 나서자 수하 장수들이 나와 만류하여 말했다.

“제가 보기에 오나라는 오래 전에 나라를 세워 완강한 적이므로 한 번에 다 점령해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여름철에 강물이 넘치고 전염병이 발생할 우려가 매우 크니, 차라리 내년 봄에 다시 병력을 집중하는 것이…” 

“무슨 말인가? 연전연승으로 사기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왕성한 기세로 오나라를 친다면 마치 대나무를 쪼갤 때 결 몇 개만 쪼개면 아래는 칼로 가볍게 치기만 해도 모두 다 쪼개지는 것처럼 저절로 이기게 될 것이다.”

두예는 곧 전군을 몰아 오나라를 공격하였다. 280년 봄 진나라 군대는 오나라의 도읍 건업(建業, 지금의 남경)을 점령하고 오왕(吳王) 손호(孫晧)의 항복을 받았다. 이로써 진(晉)나라는 마침내 60여년간 지속된 삼국시대의 막을 내리고 천하를 통일하게 되었다.

‘칼날이 닿자마자 베어지듯이 쉽게 해결된다’는 말로, 먼저 주요한 문제를 해결하면 그와 관련된 기타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의 장애와 어려운 점을 찾아 잘 처리하면 일을 순리적으로 풀어 나갈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유사한 성어로 세여파죽(勢如破竹)이 있다. 파죽지세(破竹之勢, 대가 결 따라 쪼개질 때와 같은 형세)로 감히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막힘없이 무찔러 나가는 맹렬한 기세를 말한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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