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고]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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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고]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 김헤빈 학생
  • 승인 2011.12.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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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헤빈 학생(순창고)
이어지는 따뜻한 씨앗

‘선한 봉사의 씨앗을 뿌려라. 감사의 기억들이 이 씨앗을 자라게 할 것이다.’라고 마담 드 스탈(Madame de Stael)은 말했다. 오늘도 난 어김없이 나의 씨앗들이 감사의 기억으로 과연 얼마나 자랐을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

중학교 때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봉사는, 말 그대로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었다. 봉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뚜렷한 사명감이 없었을 뿐더러 나 자신 외에 봉사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된 지금,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만으로 울고 웃는, 감성이 풍부한 나이 때문인지 TV속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뉴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눈물 흘리기 일쑤였고 빈 공간. 소위 말하는 여백의 미(美)에서 ‘미’대신 공허함과 쓸쓸함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았다. 여태껏 내 자신을 비롯해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나를 반성하며 새하얀 여백에 형형색색의 물감을 들여 따뜻한 사랑을 그려 채워본다.

요양원봉사,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문서작성(워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빵 만들기, 환경정화 등 고등학교를 재학하며 주로 했던 봉사활동이다. 이 모두 감히 평가할 수 없는 하나하나 주옥같은 봉사들이지만, 나의 선한 봉사 씨앗의 원천은 청소년센터의 임원으로서 행했던 봉사활동들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다리를 다쳐 6개월간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다. 그때 중학교 언니들이 소아병동에 와서 격려의 말과 함께 초코파이를 나눠준 기억이 있는데, 그 때문일까? 아이들에게 베푸는 것이 많았던 청소년센터의 활동들은 그 당시 어린 내가 받았던 따스한 손길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었다.

먼저,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Fun Fun 愛지자’라는 타이틀로 행해졌던 봉사는 솜사탕 만들어주기, 사진 찍어주기, 앨범 만들기, 팬시우드, T-shirt만들기 등 다방면으로 이루어졌다. 그 중 내가 맡게 된 것은 솜사탕 만들기. 쉴 틈 없이 기계를 돌리고 손도 데어가며 길게 늘어선 아이들에게 솜사탕을 만들어주었다. 힘들고 지친 것도 잠시, 솜사탕을 받아가는 아이의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에 힘듦과 지침은 눈 녹듯 녹아버렸다. 남에게 베풂을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의 따뜻한 웃음 속에서 더욱 따뜻해진 마음이 묻어 나옴을 알 수 있었다.

다음은 6월에 행해졌던 아동학대 예방캠페인. 아동보호연대와 함께 지역 주민 및 청소년들에게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알렸다. 아동권리와 아동학대의 개념, 아동학대 유형 및 신고 방법 등을 설명하고 스티커를 배포하며 가두행진을 펼쳤다. 아동학대의 존재여부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는 지역 주민과 학생들에게 관련 사진과 함께 사례를 설명해주는 내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장 사랑받을 나이에 가장 믿고 의지할 사람에게 받은 지울 수 없는 상처들. ‘가장’이라는 단어가 붙은 말이 원래 이리도 안타까웠던 것인가? 내 주변에도 상처로 얼룩진 아이들이 있었던 것을 왜 몰랐을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한없이 예쁜 많은 아이들의 미소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죄책감과 함께 기자를 꿈꾸는 나에게 이러한 사회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그리고 꿈이 확고해 지는 계기가 되었다. 기자는 사실과 진실만을 다루어야 한다. 사건의 사실 속 숨겨진 진실을 끄집어내어 알리는 것이 나에게 주어질 의무인 것이다. 분명 아동학대 외에도 숨겨진 상처투성이 일들이 많을 것이다. 앞으로 꾸준한 관심과 노력으로 사실과 진실을 겸비하여 어두운 곳에서 혼자 끙끙 앓는 이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 올릴 것이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닌 모두가 치유해주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나의 손길 하나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는 것이 그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가? 예전에는 없었던 사명감과 더불어 나와 그들 모두의 마음이 건강하고 한결 따뜻해짐을 느낀다. 이쯤에서 봉사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려 보겠다. 식상할 법도 하지만 봉사는 따뜻함이다. 덧붙이자면 타인에게 받은 따뜻함을 또 다른 타인에게 배로 전달하는 릴레이와도 같은 것이다. 물론 누구나 ‘봉사’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사랑, 희생, 나눔, 따뜻함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랑이 피어나고 자신을 희생하며 지닌 따뜻함을 나누는 것은, 모두 따뜻함이 있기에 그 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방학이 되면 난 또 하나의 따뜻함을 두 손 가득 모아 전하고, 미처 채색하지 못한 여백에 색을 입히러 갈 계획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독거노인 혹은 아이들을 위한 사랑의 케이크를 만드는데, 추운 겨울날 케이크 한 입으로 그들에게 가장 따뜻한 겨울날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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