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크리스마스 조촐한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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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크리스마스 조촐한 파티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1.12.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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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그리움 확 풀었어요”

▲ 복흥면에서 살고 있는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조촐한 파티를 했다.

복흥면에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이 모여 작은 파티를 열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같은 모국을 가진 여성들이 아이와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번에 모인 사람들은 필리핀에서 온 결혼 이주여성과 그의 자녀들이다. 사람들이 모인 장소는 엘리자베스(42ㆍ복흥 구산) 씨의 집으로 약 15명이 모였다. 그녀의 시부모는 이들을 위해 자리를 비우고 마을회관에 갔다.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어색한 것도 있고 동료를 초대해 마음껏 즐기고 싶은 며느리를 배려해주고자 한 것이다.

초대받은 손님들은 장을 봐 왔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모두 같이 한다. 이 날 결혼이주여성들이 만든 음식은 ‘미혼’과 ‘돼지고기 아두보’로 필리핀에서는 명절에 빠지지 않고 올라올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이다. 미혼은 한국의 잡채와 비슷하며 고구마 녹말 대신 쌀로 만든 가는 당면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필리핀에서 당면은 오래 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의 잔치국수에 얽힌 의미와 비슷하다. 또 김치와 매우 잘 어울려 결혼이주여성들은 이따금 미혼을 만들어 나눠먹곤 한다.

돼지고기 아두보는 한국의 돼지갈비와 비슷하다. 로사린다(42ㆍ복흥 답동)씨는 “필리핀에서 김치처럼 매끼 올라오는 음식은 없지만 고기를 엄청 좋아해 아두보를 즐겨먹는다”고 설명했다. 기온이 높은 필리핀에서는 음식을 만들어도 금방 상하기 때문에 보관음식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사린다씨는 또 “쇠고기를 넣으면 맛이 없어 미혼과 아두보에는 돼지고기를 넣는다.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쇠고기는 대개 안 쓴다”고 알려줬다. 감자와 양파, 필리핀 간장 등을 넣어 만든 아두보는 적당히 지방이 섞여야 맛이 났다. 난생 처음 필리핀 음식을 본 기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맛은 익숙한 재료와 향신료를 적게 쓰는 데서 비롯됐다. 독특한 것은 고기를 많이 먹는 만큼 느끼함을 없애고자 콜라를 달아놓고 마시는 점이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내내 결혼이주여성들은 모국어를 섞어 대화를 했다. 한국에도 지역마다 사투리가 존재하지만 필리핀은 아예 언어가 다르다. 하이디(38ㆍ복흥 구산)씨는 “한국에서는 사투리도 알아들을 수 있지만 필리핀에서는 지역별로 쓰는 언어가 10개나 돼 타지 사람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모국에서나 한국에서나 타지 사람끼리 만난 자리에서는 ‘타가로그’라는 공용어를 쓴다”고 말했다.

 

영어권 국가에서 온 사람답게 이들은 영어에 능숙하며 휴대전화 언어도 영어로 맞춰 쓰고 있다. 또 대부분 정착한지 10년 가까이 되어 국어 의사소통도 막힘이 거의 없다.

하지만 문화적으로는 차이가 느껴졌다. 대표적인 예가 명절인데 한국에서는 추석과 설이 으뜸가는 명절이지만 필리핀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이 중요한 명절이다.

한정희(39ㆍ복흥 화양)씨는 “크리스마스에는 모든 사람들이 춤추고 먹고 마시기를 이틀 동안 계속 하며 평소 나눔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던 부자도 어린이들이 문 밖에서 노래를 부르면 돈을 준다”고 말했다. 한국의 어린이들이 설날 이웃집을 다니며 인사를 하면 어른들이 세뱃돈을 주는 것과 흡사하다.

또 필리핀에서는 아이든 성인이든 머리를 함부로 만지는 것은 금기시 되지만 한국에서는 친숙함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머리를 쓰다듬기도 하며 잘못했을 경우 이따금 때리는 경우도 있다. 사라제인(29ㆍ복흥 상송)씨는 “필리핀에서는 상대방에게 화가 났거나 장난으로라도 머리를 때리면 바로 주먹이 날아오며 큰 싸움이 난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베스 씨가 모국방문을 간절히 원하는 것은 가족을 만나는 목적과 더불어 자신의 부모가 손주를 아끼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그녀는 “필리핀 가정에서 조부모들은 손주를 극진히 보살핀다. 같이 있을 때는 한시라도 떼놓지 않고 연신 선물과 먹을 것을 사준다. 그래서 아이를 맡긴 부모가 늦게 돌아와도 부담이 적다. 다만 시아버지들이 며느리는 뒷전에 두며 시어머니도 이를 겪었기에 고부관계는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모국을 방문한지 수년이 지난 이들은 서로 군에서 실시하는 모국방문지원사업의 수혜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가족이 한 번 방문하려면 수 백 만원이 소요되기에 일부라도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로사린다 씨는 “다문화가정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열악하며 주변에는 친지가 세상을 떠도 못 간 사람도 있다. 한국에 오거나 방문한지 오래된 사람부터 다만 얼마라도 보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마련해주면 모여서 갈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자리에 모인 결혼이주여성들의 꿈은 면 소재지에 다문화회관을 만드는 것이다. 다문화 공부방과 쉼터를 갖추고 여가ㆍ문화 활동을 펼치며 가정상담 등 고민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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