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주워요” “치매 걸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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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주워요” “치매 걸렸오?”
  • 최철
  • 승인 2023.09.2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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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철(적성 농소)

언젠가부터 쓰레기를 줍는다. 지난달에는 열두 번 주웠다. 날씨가 더워서 아침 여섯 시경 집을 나선다. 50리터짜리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듣고 나가는데, 요즘은 내가 사는 동네 가까운 곳은 주울 게 별로 없어 오토바이를 타고 1km쯤에 세워두고 봉투만 들고 줍는다.

쓰레기는 차가 빈번히 다니는 길가에 많고, 사람이나 차가 쉬었다 갈만한 모정 근처에도 많다. 비닐, 담뱃갑, 깡통, 물병, 휴지, 아이스콘 껍질 등등은 봉투에 담고, 차에 깔려 죽은 뱀, 개구리, 고양이똥, 흙덩이 등등은 논둑 쪽으로 버린다. 썩으면 다 거름이 될 듯해서다.

지난달 넷째 주 토요일 면장님 주선으로 섬진강변 쓰레기 줍기를 했다. 토요일임에도 면장, 부면장, 산업계장 등 세 분이 나오고 환경지킴이 여덟 분 등이 참여해 두 시간 애쓰셨다. 일광사에서 우평교까지 줍기로 했는데 계획의 25%쯤 수거했을 것이다. 그러나 쓰레기양이 엄청나 1톤 트럭 두 대로 운반했다.

아침식사를 같이하고 몇 분은 팔덕 쓰레기 매립지로 옮겨서 분리수거 하신다고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는 큰 물이 옮겨 놓은 것에 비하면 얼마 안 된다.

섬진강 발원지에서부터 떠밀려 내려온 것이니 엄청난 양이 강 안에 쌓여있다. 이것들이 흘러가 모이는 남해안은 쓰레기 바다일 것이다.

쓰레기는 사실은 아무리 줍고 치워도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더구나 줍는 행사를 하며 몇 번 치우는 것도 크게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안버리는 것이다.”

아니! 못 버리게 하는 것이다.”

언젠가 면장님과 면담 시에 이렇게 말씀드렸다.

우리가 쓰레기를 줍는 것은 쇼입니다. 제도권-행정에서 못 버리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1986년 아시안게임이 있는 해에 일본의 어떤 시골지방을 가 며칠 머물다 온 일이 있었는데 그때 놀란 것은 그들의 주차문화와 깨끗한 거리 풍경이었다. 지정된 주차장 외에 도로변에 주차된 차가 보이지 않았다.

좀 부끄러운 생각과 동시에 여기가 선진국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소비 생활이 향상되고, 택배 문화가 생기고부터는 쓰레기의 생산량은 엄청나다.

우리 대통령부터 국무위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모두가 합심하여 쓰레기 안 버리는 일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쓰레기 안 버리는 것이 정착되면 3년쯤 지나면 쓰레기 줍는 일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다.”

임동마을 동정자 밭에서 들깨 모종을 옮기고 있는 할매가 있어 몇 개씩 심는지 보려고 가까이 갔다.

몇 개씩 옮겨요?”

서너 개씩.”

이번엔 할매가 내가 물으신다.

뭐하러 다녀요?”

쓰레기 주워요.”

돈 받고 다녀요?”

아니요.”

치매 걸렸는 감만, 치매 걸리면 엉뚱한 일 하고 그런다요.”

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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