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배 (순창읍 출신)
해태아파트 시행사(지역주택조합) 허식 전 대표가 지난 10월 7일 향년 64세로 작고했다.
허 대표는 순창읍 남계리에서 허, 시자, 열자 어르신의 2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겁 없고 통이 크다고 평가 받으며 한때 젊은 혈기로 본인이 구심점이 되는 선후배 모임을 만들며 자기 세계를 구축한 바 있다.
이립(30세)을 갓 넘긴 33세에 전라북도 순창군 남계로 96(구 순창여자고등학교)에 위치한 총 142세대, 2개동, 해태아파트(1995.07준공)를 지역주택조합으로 유치하면서 일약 촉망받는 젊은 사업가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백화점 종이가방에 만원권을 하나 가득 넣어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며 서울과 광주권을 드나들며 선후배들에게 베풀었던 그를 기억하는 이는 적지 않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아파트 시행으로 벌었던 수익은 봄 눈 녹듯 사라지고 서울 및 수도권에서의 주 사업인 아파트 시행은 쉽지 않았다. 소위 잘 나갔던 허 대표는 사업의 부침으로 한때 고단한 삶을 영위한 이유이기도 했다.
몇 해 전부터 주특기인 아파트 시행의 터에서 재기의 빛을 보았고, 일부 수익은 지역 선후배와 전국의 호형호제들에게 베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피를 나눈 가족만큼이나 선후배와 친구들을 좋아했던 허 대표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사업가, 대표님, 사장님 호칭보다 큰 형님, 아우, 삼촌으로 호명되기를 더 듣기 좋아했던 호걸임을 반증하듯 지역 선후배와 친구는 물론 전국에서 호형호제했던 분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한 선배는 “순창에서 허 대표 같은 인물은 향후 100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사업의 부침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적지 않은 금전을 어려운 선배들에게 베푼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추억 쌓기 좋아하고 선후배 좋아한 그를 그리워했다.
사업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또 다른 선배는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도 만들어지고 곧 성공의 비단길을 걸었을 것인데 이렇게 허망한 삶을 살고 가다니 여기까지 인가보다”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흐느꼈다.
또 다른 후배는 “누구나 언젠가는 한 번 가야 할 인생이지만 조금 서둘러서 떠난 큰 형님! 다음 생은 승승장구하는 삶만 사시기를 바란다”라면서 “모두 잊고 잘 떠나시라”고 배웅했다.
명복을 빕니다....
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