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는 허성해지고 날씨는 추워진다. 올 4월에 개장해서 10월 말까지 7개월 동안 열렸던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를 가볼려고 2차례나 계획 했었는데 그때마다 사정이 생겨 가질 못했다. 국제적인 행사를 지방 중소도시에서 어떻게 기획하고 해내는 지가 궁금 했었다. 아쉬운 마음에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 영상으로 봐도 대단했다. 누적 관람객 980만명에 입장 수익금은 333억원으로 대성공이었다.

순천은 순창과 음이 비슷해 친밀감이 든다. 1974년 군대를 갔는데 신병들에겐 첫 질문으로 출신지를 묻는다. 순창이라 하면 대부분은 순천으로 알아 들었다. 그때만 해도 순창은 깡촌이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순천에선 인물 자랑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알려진 곳이었다.

 

순천만정원박람회에 재난지원금 투자

경제가 성장하면서 지역 특산물이 언론 매체 등에 홍보되어 순창이 고추장 고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추장을 상품화하기 시작한 분들의 노고도 컸고 청정원 순창 고추장의 브랜드도 고을을 알리는 데 역할을 했다.

정원박람회는 순천형 정원 도시를 구상하며 한 평 정원, 텃밭 정원, 마을 정원, 공동체 정원, 도시 정원, 외국 정원 등 다양하게 구성했다. 박람회 면적이 축구장 234개나 되니 규모에서 부터 압도적이었다. 전체 예산 2040억원 중 62%인 1272억원을 순천시가 부담했는데 시민 28만명에게 30만원씩 나눠줄 코로나 재난 지원금 840억원을 시민들을 설득해 박람회에 투자했다. 대단한 소신과 열정이다. 이런 큰일을 해내는 관계인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박람회를 계기로 순천이 정원 도시라는 품격을 갖추길 바란다.

이렇게 큰 규모의 행사를 하고 나면 뒷일이 많은 건 상식이다. 순천만 습지를 비롯해 넓은 땅에 심어진 각종 나무와 꽃. 시설의 관리와 활용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가 과제일텐데 지금까지 삶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 시간이 걸릴 거다. 박람회를 성공시킨 저력으로 지방 자치의 새로운 모델이 되길 바란다.

 

공직자 봉급 상당 부분은 ‘걱정값’

2주에 한 번쯤은 집사람과 함께 금과 집에서 팔덕 강천으로 생수를 뜨러 가는데 농촌 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차량도 거의 다니지 않고 경관도 분위기도 한가롭다.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가끔씩 보면 반가울 정도다. 집사람은 자연을 좋아하고 그쪽으로 감성이 발달해서 도로 주변에 핀 꽃을 보면 탄성을 지른다.

나도 예쁘긴 하지만 다른 생각이 든다. 저기에 사진 찍을 장소를 만들면 좋겠는데 어떤 시설이 필요할까~~ 사람들이 많이 오면 쓰레기가 발생 할텐데 청소는 누가하지~~ 예산은 어떻게~~ 등등이다.

퇴직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업무에 관련된 생각으로 연결된다. 직장 다닐 때 부족한 나를 보완하기 위해 맡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준비하는 게 습관이 됐다. 이런 내 성격이 마음들지 않아서 느긋한 사람이 부럽기도 했지만 퇴직하고 군민으로 살아보니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일을 걱정하고 또 걱정해야 된다고 본다. 그래야 해낼 수 있고 주민들이 편하다. 공직자들 봉급의 상당 부분은 걱정값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거다. 관리자들은 더욱 그렇다.

 

공직, 세금 쓰는 비용 꼭 기억해야

순천시도 박람회 후속 조치를 단단히 해서 정원 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겠지만 염려가 되는 건 우리나라 정치 문화가 아직도 후진적이라 시책의 연속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선거직들은 대통령부터 지방까지 대부분이 전임자가 했던 걸 지우거나 방치한다. 이는 재원의 낭비이고 하책이다. 선거직의 특성을 감안한다 해도 정도껏 해야 한다. 식물도 싹이 틀 때 가장 많은 에너지가 쓰이고, 비행기도 처음 뜰 때 많은 기름이 들어간다고 한다. 시책도 시작할 때 돈과 노력이 집중 투입된다. 공직은 세금을 쓰는 자리이니 들어간 비용을 꼭 기억해야 한다.

날씨가 차갑다. 길냥이들이 서로의 몸을 기대며 웅크리고 있다. 나는 이 애들의 시린 밤과 추운 겨울이 걱정되는데 정작 이 애들은 태평하다. 동물은 상황에 따라 반응은 하지만 앞날을 걱정하지 않는다. 인간만이 걱정하고 해결하면서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