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회 상경투쟁 “농민기본법 제정” “윤석열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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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회 상경투쟁 “농민기본법 제정” “윤석열 퇴진”
  • 최지혜 총무부장
  • 승인 2023.11.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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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의날엔 농민대집회지!

구림, 풍산, 유등, 동계, 쌍치, 적성, 읍에서 60여 명 참가
1111농민대회·민중총궐기 “농민기본법 제정” “윤석열 퇴진”

최지혜 순창군농민회 총무부장

[군농민회(회장 남궁단)는 농민회원과 군민 등 60여명과 함께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에서 열린 농업파괴 농민말살 윤석열 정권 퇴진 전국농민대회와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하며 상경투쟁을 벌였다. 이날 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11만명이 참여했다. <편집자 주>]

나는 순창으로 이주한 지 막 1년이 넘은 청년이다. 작년 9, 우리 마을에 현수막이 붙었다.

쌀값 정상화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반대 집회가 서울에서 열리니 다 함께 하자는 투쟁의 내용이었다(이 때까지 지역정보를 현수막에서 얻고 있는 사람. 현수막에 없으면 참여를 못함).

순창군여성농민회였다. 지역 사안과 더 나은 세상에 관심이 많은 나는 그 때부터 농민회 활동을 포함해 토종씨앗지키기, 금산골프장확장반대 등 지역활동을 시작했다.

상경투쟁에 합류한 순창군농민회 회원과 군민들

 

한평생 농사짓는 귀한 삶

올해도 농민의 일은 많다. 씨를 뿌리고 거두는 일은 물론, 잘 자라게끔 양분도 줘야 하고 우렁이도 넣고 장마건 가뭄이건 물관리도 해야 하고, 내년을 위해 땅도 보살펴야 한다. 거기다 판매도 해야 하고 인간들이 망쳐 놓은 현재의 이상기후에서 농사짓기가 힘드니 하우스도 만들어서 시설관리도 해야 한다.

인간의 먹거리는 지구에 의존하지 않을 수가 없으며 땅에 붙어 사는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다. 농부는 이 기후위기시대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 중 하나이며, 먹거리의 질로 삶의 위협이 가능해진 이 시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1111일 농민의날은 이 귀한 사람들이 잔치도 벌이고 존경도 받아 자긍심을 높여야 하는 날이다. 그런데 나고 자란 땅에서 대대로 농사지으며 먹고 사는 이들에게 경제권을 빼앗고 사지로 몰아내고, 농민들은 뼈 빠지게 키운 작물과 나락 모두 뒤집어엎어야 하고, 식량자급률 하위권에 농산물 해외의존도는 계속 높아진다.

이렇게 가다가 농사를 지을 이들이 없어진다면 모두 무얼 먹고 살자는 걸까. 나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 생산된 쌀로 지은 밥을 먹고 싶다. 나는 반도체를 먹을 능력도 없다. 왜 자꾸 농민 죽여서 기업 살리는 거냐. 뭐만 했다 하면 가장 먼저 내쳐지는 것이 농민이다. 몸 다 바쳐서 한평생 농사를 짓는다. 이 삶이 얼마나 귀한지 알면 그렇게 하대할 수 없다.

 

순창에서 버스 2대 상경 투쟁

 

그런 농민들이 농민의날에 외치는 올해의 주요 의제는 이렇다.

농민기본법 제정하라” “쌀값 보장하라” “농산물수입 저지하라” “농업생산비 보장하라” “농업재해 국가책임 강화하라

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농민들은 1111 농민대회, 민중총궐기에 참여하러 간다. 순창에서는 구림, 풍산, 유등, 동계, 쌍치, 적성, 읍 등에서 50이 넘는 인원이 모였고 아침 일찍 2대의 버스가 출발했다. 이 날 서울은 먼지는 많았지만 날씨가 포근하다.

 

집회엔 수많은 단체와 지역이 모였다. 농민과 장애인, 노동자, 여성, 빈민, 종교인, 이주민, 전쟁을 반대하는 이들이 모이는 날이다. 한마음으로 외치는 구호는 윤석열 퇴진이다. 행진을 시작하는데, 무대 꼭대기에서 촬영을 하던 나는 찍어도 찍어도 끝나지 않는 행렬이 놀랍다. 그 중 가장 앞에 선 행렬이 농민이다.

윤석열의 탈을 쓰고 짧은 극을 보이는 패도 있고, 쌀포대를 입고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무리도 있다. 각자의 개성에 맞는 언어와 방식을 골라서 투쟁한다. 투쟁은 끈덕지게 해야하기 때문에 재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민투쟁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나는 트랙터 시위 말고 아는 게 없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모습들을 보니 즐겁다.

선두에 선 농민트럭에선 끊임 없이 <아스팔트농사> 투쟁가가 흘러 나온다. 선두 중 깃발부대와 경찰의 대치상황이 벌어져서 긴장감을 만든다. 시민과 경찰측 모두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 경찰에서 쏘는 최루탄도 없었다.

 

농부들과 뭇 생명이 살기 나은 세상

 

우리 순창은 선두에서는 조금 떨어져서 행진하고 있었으므로 걷는 일에 열중할 수 있었다. 농민대회 장소이던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민중총궐기 집회장소로 이어진 서대문, 그 이후로 서울역과 남영역을 지나서야 행진은 끝이 났다.

순창 60명의 인원은 물론이고 사방에 곳곳에 머리털 다 빠지고 손가락 허리 굽고 다리 아픈 노인이 대부분이다. 귀농해 농사짓는 젊은 농부들도 멀쩡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 대규모의 인원이 지하철 정차역 3개 거리의 길을 걷느라 애썼다고 생각하니 속상하기도 뭉클하기도 하다. 하늘이 도와서 날씨가 좋으니 얼마나 고맙던지.

참여 인원을 더 많이 모집하고 싶었다. 버스 5대 조직해서 가고 싶었다. 이러면 되지 않을까?하며 지역신문에 광고도 내 보고, 지역밴드에 홍보도 하고, 면 별로 현수막도 걸어봤지만 내 기대가 컸다는 것을 조만간 깨달았다.

그래도 힘을 많이 얻었다. 개인적으로 우리농민단체에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들이 계시고, 회원이 아니더라도 농민버스에 올라 함께 투쟁하러 가겠다고 연락을 주신 분들이 계시고, 사정상 함께 상경하지 못하지만 응원하겠다고 하신 많은 분들이 있다. 결과적으로 인원 수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분명 나처럼 현수막을 보고 알게 된 지역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생명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일을 하고 그것이 옳은 일이라면 사람들이 공감하기가 쉽다. 이 활동들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지지하는 순창인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지지와 마음들이 모여 분명 농부들과 뭇 생명이 살기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다. 계속 연대의 마음을 보내주시라.

순창 농민들이 국가에 투쟁하러 상경하는데 군수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이 투쟁은 농민에게는 연중 가장 큰 투쟁이다. 농업인의날 행사 때 농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조례에 반영하겠다는 말을 한 최 군수다.

그가 얘기하는 돈버는농업이 요새 핫하던데 그 공약이 눈 가리고 아웅은 아닌지,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하니 지켜보겠다.

이주한 지 1년이 넘은 지금은 여성농민회 교육부장과 순창군농민회 총무부장을 맡고 있다

탄소는 낮게, 지구를 높게! 저탄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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