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골소리]질 수도, 이길 수도 있는 일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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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골소리]질 수도, 이길 수도 있는 일 아닙니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23.11.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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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외환위기사태를 극복한 김대중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국민대통합을 강조한 1990년대의 마지막 해이자, 20세기와 제2천년기 마지막 평년인 19997월에 나고 자란 곳으로 귀향했습니다.

새천년의 기대2000년이 밝아왔고, 지방자치 10년에 보태 풀뿌리 주민자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로 주간신문사에서 일했습니다. 1991년 군의원 선거에 이어 1995년 군수와 의원을 동시에 뽑는 제1회 전국지방동시선거, 1998년 제2회 동시선거를 치른 상황에서 풀뿌리 주민자치에 걸맞은 풀뿌리 지역 언론이 되자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신문사를 나와 농민·노동자 연대 단체에서 김대중 정부의 적성댐 건설 반대(2001, 임득춘 군수), 강인형 군수의 옥천인재숙 설립 저지(2002), 구림면 100만평 골프단지조성 반대(2006) 활동도 했습니다. 국가 또는 지역 정책에 대항하며 뜻을 이루기도, 이루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지고 이기는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귀향 23년째, 자치단체장 네 분을 봅니다. 시민단체나 지역신문사에서 일하니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마냥 우호적일 수는 없지만 매번 비난하거나 규탄만 외친 것은 아닙니다. 자치단체 정책을 비판한 것은 자치단체장을 비난한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변화()를 요구한 것입니다.

1987년 민주화시대에서도 많은 시민사회단체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에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분쇄를 요구했습니다. 박근혜 퇴진 촛불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불평등한 경제 체제를 바꾸고 위험(재난)에 무기력한 국가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열망이었습니다. 2023, 정권에 실망한 많은 시민과 시민단체가 윤석열 퇴진 운동을 합니다. 반노동 정책, 한반도 전쟁 위기, 민생 외면, 여성·성평등·역행 등 윤석열 퇴진 운동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매주 수천명, 수만명이 모여 윤석열 퇴진’, ‘다른 세상을 만들자고 외치는데 나라 전체에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은 무엇 때문인가요?

1987년 촛불은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들끓었는데 요즘 집회는 냉소가 가득합니다. 대통령을 끌어내려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는 경험이 냉소를 부추깁니다. 촛불로 정권을 바꿨는데 빈부를 결정하는 소득과 자산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재난의 위험이 곳곳에 널려있으나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높은 자리 있는 자들이 솔선해 투기, 비리, 폭력을 저지르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뻔뻔하고, 이를 권력이 돕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 퇴진이나 정책 반대구호만으로 변화를 바라는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시민들이 모여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세상을 바꾸어 나가려면 시민의 자세와 열망이 달라져야 합니다.

민주화, 지방자치 모두 30년을 훌쩍 보냈습니다. ‘세상이 달라지고 삶이 윤택해지는 정치를 위해 양심과 합리적 가치를 지닌 시민과 단체의 사회변화() 활동이 필요합니다.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포기하지 말고 힘을 모아야 합니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가 지지 세력을 모으듯, 시민사회의 가치와 목표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지역과 공동체 구성원을 위한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주민자치시대에 주민자치는 찾기 어렵고 앞선 행정자치가 주민자치인 듯 착각하고 치부합니다. 풀뿌리 주민자치는 주민의 참여로 이룰 수 있습니다. 주민이 앞서야 합니다. 심장 뛰는 주민이 많아져야 합니다. 외롭게 홀로 시위에 나서고 오체투지의 절규도 주저하지 않는 주민이 더 생겨야 합니다. 주민자치를 위해 준비한 토론회나 시민학교가 실망스럽게 끝나도 활동을 포기하지 않는 시민(주민)단체를 도와야 합니다. 스스로 연구하는 활동가가 다른 분야의 활동가와 연대의 힘을 키우는 지역이 되도록 배려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시민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연대의 힘을 키우는 일이 주민공동체의 희망입니다.

시민단체의 활동은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는 일만은 아닙니다. 그 활동이 지역을 살리고 주민자치의 토대를 만듭니다. 지속가능하고 군민 모두가 행복한 순창군을 만들기 위해서도 시민단체와 활동가를 응원하고 후원하고 함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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