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조]순창에 정착한 시골 기자 나부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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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조]순창에 정착한 시골 기자 나부랭이
  • 정명조 기자
  • 승인 2023.11.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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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에 전입한 지 25개월이 흐르고 있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 손잡고 외가에 왔던 추억만 간직한 채, 한마디로 물 좋고 공기 좋고 뭔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어 정착해보기로 했죠.

무엇을 하며 살까? 몇 달간 고민하다가 일단 신문사 객원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업 특성상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지역을 좀 더 빨리 알게 됐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많이 듣고 전한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활동하다 보니 정식 기자가 됐고 부족하지만 되도록 직접 취재를 다니면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순창에 정착하기 위해 기본사항은 생계와 주거였습니다. 귀농귀촌하는 모든 분이 마찬가지겠지요. 일단 기본적인 생계는 취업으로 충족했고 다음은 주거가 문제였습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다행히 유등면에 있는 시골집을 얻게 됐습니다. 손 많이 가는 시골집이지만 혼자 살기에 충분해 2년째 살고 있습니다. 입주하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정식으로 인사 못 하고 뒷집, 옆집, 앞집 어르신들에게만 인사를 드렸습니다. 아직 주소지가 순창읍이라 그렇다고 스스로 변명하지만, 곧 유등면으로 전입신고를 할 예정이니 마을 주민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2년을 살면서 느낀 점을 말하자면 시골 마을은 계절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입니다. 여름이면 아침 7시만 돼도 해가 중천인데 얼른 일어나라는 어르신의 말이 들리고 겨울이면 저녁 6시만 돼도 마을에 인기척이 없어집니다. 봄과 가을에는 농사 준비, 수확으로 모두 바쁩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습니다. 당연한 춥고 더운 거 아니냐고 하시겠지만 시골은 체감 수준이 다릅니다. 그늘이 적은 시골 여름은 모든 문을 활짝 열어놓고 선풍기와 에어컨으로 버티고 겨울 추위는 큰 비용을 들여야 견뎌낼 수 있습니다.

도시가스나 마을 단위 엘피지(LPG) 저장탱크가 없는 곳은 대부분 기름보일러를 떼는데 보일러가 작동할 때만 온기가 있을 뿐 시골집의 특성상 온기를 유지하기 어려워 밤새 보일러를 켜야 합니다. 그렇게 기름값 아끼면서 2번의 겨울 추위를 견뎠습니다. 올해는 다행히 지인들의 도움으로 화목난로를 집안에 설치했습니다. 화목난로 덕에 처음으로 안방에 훈훈한 열기를 느꼈습니다.

어릴 적 추억으로 한적하고 여유로울 거라 예상한 순창 생활은 예상과 달리 무척 바쁩니다.

문화·사회 분야를 취재하면서 매주 열리는 많은 행사에 놀랐습니다. 행사 취재를 다니면서 도시도 이렇게 행사가 많을까? 내가 관심이 없어 그렇지, 도시에도 행사가 많았겠구나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그리고 행사마다 참석하는 지자체의 장과 기초의원을 보며 그 부지런함에 감탄하지만 저렇게 행사만 다니면서 업무와 정책연구는 언제 할까?’라는 의문을 품습니다. 아는 동생에게 제가 품은 의문을 말했더니 행사에 빠지면 주최측에서 엄청 서운해해요. 여기에서 정치하려면 무조건 얼굴 보여야 해요라고 설명합니다. 지역 특성상 그럴 수 있지만 이게 최선인가라는 의문이 다시 듭니다.

문화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전파되는 시골은 특유의 감성, 고유성, 자연환경을 간직한다는 장점과 외부 변화에 대응과 발전이 느려 잘못하면 정체되고 고립될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신문도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담고 직접 취재한 기사가 읽을 만하지만, 인공지능(AI)을 통해 편리하게 기사가 만들어지는 세상입니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에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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