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죽’에서 태어나고 자라 풍산초등학교를 제29ㆍ30회로 졸업한 깨복쟁이 친구들이 고향을 찾아 잔치를 벌인 것.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만남을 유지하던 오십대 후반의 동창생들은 연말을 맞이하여 고향을 찾자는 약속을 했고 이 날 계획을 실천했다.
“아아! 회관에서 알려드립니다! 지금! 마을회관에! 깨복쟁이들이 와가꼬! 점심 채려놓고 기달링게! 한분도 빠짐없이! 언능! 회관으로 나오시쑈잉!”
마을에 쩌렁쩌렁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고, 잠시 후 회관은 방송을 듣고 모인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마을 주민들과 동창들은 정성껏 준비한 점심식사를 함께 한 후, 준비한 노래방 기계 앞에 모두 모여 앉았다. 노래가 시작되자 박수만 치고 앉아 있던 어르신들은 모처럼 고향을 찾은 이들이 따라주는 막걸리와 흥겨운 노랫가락에 취해 너도나도 일어나 들썩들썩 춤을 췄다.
젊은 마을 주민들은 “오랜만의 마을잔치에 삭막했던 회관이 따뜻해졌다”면서 “누님들, 형님들 정말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어르신들은 고향을 찾아준 이들에게 새해 덕담을 건네며 고마움을 전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은 “우리 아들딸들, 너무 고맙다. 내 평생에 이런 날이 또 오겠느냐”며 감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잔치는 저녁식사까지 이어졌고,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마을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동창들은 회관에 남아 못 다한 이야기를 함께 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은 “오늘만은 아무 걱정 없이 순수했던 어린 시절, 그 때로 돌아간 것 같다”면서 “다시 또 이런 기회를 마련해 고향 식구들과 함께 하자”는 약속을 하며 아쉬운 헤어짐의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