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순창)조씨종친회(회장 조보훈)는 지난 15일 오전 11시, 유등 건곡리 묘 전에서 옥천(玉川·순창의 옛 지명) 조씨(趙氏) 중시조 옥천부원군(玉川府院君) 조원길(趙元吉·?~1391)의 영정 봉헌식을 진행했다.
이날은 마침 가을 시제날이어서 시제 전에 봉헌식이 있었다. 봉헌식에서는 영정을 그린 조경훈(시인·화가) 화백이 700여 년 만에 조상의 얼굴을 만나는 감회와 영정에 대한 해설이 있었다. 이어 조보훈 종친회장의 부원군 업적과 영정에 대한 필요성의 말씀도 있었다.
이날 영정 속으로 모신 옥천부원군 조원길은 순창 출신 고려 후기 문신이다. 1369년(공민왕 18) 문과에 급제해 검교 시중 등 여러 관직을 지냈다. 1389년 정몽주(鄭夢周), 설장수(偰長壽)와 함께 공양왕(恭讓王)을 왕으로 받든 공으로 1등 공신이 되고 옥천부원군에 봉해졌다. 그러나 이성계가 정도전·남은 등과 함께 새 왕조 건국에 뜻을 모으자 그는 호연하게 물러나 순창으로 돌아왔고, 낙향한 다음 해인 공양왕 2년(1390년 8월)에 사망했다.
그가 사망하자 나라에서 예장(禮葬)을 명하고 다음 해 1월 유등 건곡촌 자좌 언덕에 장사하고, 충헌(忠獻)이란 시호를 내렸다. 조선 개국 후 사람들은 고려왕조에 끝까지 충절을 지킨 포은 정몽주·목은 이색·야은 길재 등 삼은(三隱)과 도은 이숭인·농은 조원길을 합해 오은(五隱)이라 칭했다. 옥천부원군 조원길 묘와 묘표는 2005년 12월 16일 전라북도기념물 제124호로 지정되었다. 김제 금산사 혜덕왕사 탑비와 함께 도내 유이(唯二)한 고려시대 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