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덕 덕진 최부임 씨, 남편 병간호 세월 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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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덕 덕진 최부임 씨, 남편 병간호 세월 21년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3.12.05 17: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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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시 움직이니까 그나마 먹고 살면서, 남편 병 간호하지”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 수술은 못 하지만, 다행히 의식 있어
최부임씨가 도라지를 손질하고 있다.
최부임씨가 도라지를 손질하고 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에도 아내의 남편 병 간호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로 꼬박 21년째다. 팔덕 덕진마을에서 남편 김영한(81)씨를 간호하는 아내 최부임(82)씨 이야기다.

지난 1123일 오후 부부의 자택을 찾았다.

태자마을에서 나고 자란 최 씨는 18살 때 남편 얼굴도 안 보고 덕진마을로 시집을 왔다고 한다.

내가 1941년생 뱀띠, 남편이 1942년생 말띠에요. 내가 한 살 많은데, 그 땐 중매 서면 얼굴을 보기를 했는감. 그냥 시집온 거지. 시집와서 본 게 남편이 체격도 좋고 잘 생겼더만.”

마루에 걸터앉자마자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사연을 묻자 최 씨는 준비라도 한 듯 술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최 씨가 셋째를 막 출산했을 때 남편 김 씨가 군입대를 하며 강제 이별을 당했다. 제대 후 부부 사이에는 자식 둘이 늘어 모두 5형제를 뒀다.

남편 김 씨는 건강했다. 농사지으며 5형제를 알뜰살뜰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농사짓던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다. 최 씨는 당시를 깊은 눈빛으로 회상했다.

그때 뇌출혈인가 뭔가가 큰병인 줄 알았으면 바로 광주 큰 대학병원으로 갔을 텐데, 시골이라 순창에서 하룻밤 지나고 병원으로 갔어. 뇌출혈 수술을 두 번이나 시도했는데, 대학병원에서도 제대로 치료를 못 하는 거야. 그때부터 하반신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살게 됐는데, 다행스러운 건 남편이 현재까지 치매도 안 걸리고 의식이 똑바르다는 거야.”

마루에서 들여다 본 방안에 남편 김 씨는 미동조차 없이 누워 있었다. 최 씨는 남편이 지난해까지는 기어서라도 방문턱을 넘어 나와서 볼일을 보고는 했는데, 지금은 방에서 나올 수가 없다면서 갓난아이 키우는 심정으로 기저귀 갈아주고, 밥 해 먹이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화 내내 최 씨는 빠른 속도로 말을 이었다. 마당 한 편에는 도라지가 포대에 가득했다. 어떤 도라지냐고 묻자 먹고 살라고라며 말을 이었다.

도라지 25kg 껍질을 벗기면 5만원가량을 줘. 이틀 정도 일을 해야 하는데 밭농사가 바쁘지 않은 지금 같은 때는 도라지를 손질해. 보기에는 쉬워도 작업은 힘들어. 먹고 살아야 하니까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일을 해야지.”

부부에게 안내했던 지인은 할머니가 부지런하셔서 한 시도 쉬는 걸 본 적이 없다면서 아마도 할머니가 밝고 부지런하게 사시니까 할아버지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가실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에게 2024년 새해 소망을 여쭸다. 짧고 굵은 답변이 돌아왔다.

소망? 그냥 남편이 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살았으면 좋겠어. 병 간호야 내 운명이지 싶으니까그래도 삼시세끼 챙겨먹을 수 있어 다행이지. 별다른 소망이라고 있나?”

최 씨는 자식들이 자주 오가는데, 내가 병 간호하면서 남편하고 산다고, (남편 요양원) 보내지 말라고 말렸다면서 나도 자식들한테 불편 주지 않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시집온 마을에서 남편하고 죽을 때까지 함께 잘 살아야지라고 다짐을 전했다.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우리 마을은 최 씨 집성촌이라서 동네 주민들이 모두 사촌지간이나 다름 없다면서 최부임 할머니가 남편 병 간호 한 지는 정말 오래됐는데, 남편을 거부하는 기색이나 타박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 씨 칠순 잔치 때 찍은 남편 김영한, 아내 최부임 기념사진. 어느덧 10여 년이 훌쩍 지났다.
방안 벽면에 걸려 있는 젊었던 부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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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상주인 2023-12-10 14:03:08
여태껏 지내오신 아름다운 세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행복한 순간만 가득학시길 기도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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