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38) 보내라! 끊어라! 그런 아이가 크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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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38) 보내라! 끊어라! 그런 아이가 크게 자란다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1.12.3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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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이시형 저. 「크게 멀리 보고 키워야 됩니다」

세 가지 이상의 볼 일을 모아서 읍에 나가지 않으면 차량의 기름이 아깝다며 눈을 부릅뜨는 사람이 꼽꼽쟁이 아내다. 세상의 아내들은 다 그렇다. 그런 아내가 겨울방학에 맞춰 대학생 고등학생인 두 아들을 해외로 여행보내자고 제안할 때는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처날 가계부에 다소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알바를 하든 장학금을 타든 여행비용의 일부는 본인들이 만들어 보태기로 한 것이고, 9박 10일의 라오스 여행은 ‘빈곤에서 희망으로!’라는 슬로건의 봉사활동이어서 아들들이 엄마의 여행꼼수(?)를 완벽하게 눈치채는 것은 아마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부모노릇 일까? 부모가 되는 것은 자격증을 따서 얻는 것이 아니고 미리서 연습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부모노릇은 살다보면 곧바로 실전으로 겪게 되는 일이다. 아내의 여행꼼수는 알고 보면 ‘가장 귀여운 자식에겐 여행을 시켜라’는 인도격언을 실천한 것이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혼자 멀리 보내라, 아이를 믿어라”는 말로 부모에게 당부한다. 부모가 되기 위한 자격시험은 없지만 책에서는 이처럼 따라할 수 있도록 ‘된 사람, 난 사람’으로 자식을 키워내기 위한 비책들을 남김없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쪽 분야의 전문가이자 우리에게 친숙한 정신과 의사인 이시형 박사는 책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각 자녀에게 주는 영향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며 성교육, 독서교육, 자녀와의 대화법, 친척이웃과의 관계 및 공부 잘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방법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 지혜를 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이고 부부는 ‘가정의 핵’이라고 한다. 가정은 최고의 에너지원이자 부모가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설명이다. 최소한 “교실에서 헤집고 다니고 밀치고 싸우고…, 정말이지 난장판이다. 이것만은 집에서 훈련시키고 가르쳐서 보내야 한다. 사회적 인간으로서 기본이 되는 것은 단연 부모의 책임이다” 라며 부모들을 꾸짖는다. 과잉보호는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며 “적절한 보호가 아이를 참되게 성장시킨다”고 한다. 집안이 어려워도 아이만은 편하게 키우려는 것은 “아이는 이집의 손님이 아니다”며 어려움도 함께할 수 있을 때 게으르고 이기적인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가족을 위하는 마음,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절로 우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한국식 가정교육법이 아닌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화병하나 깬 것을 가지고 아이의 마음까지 깨어서는 안 되지만 애지중지 화초처럼 키워서는 본인에게는 불행이고 부모에게는 평생 애물단지가 된다는 것이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이다. 다만 자상하고 따뜻한 배려 속에서 실천되는 부모의 엄격함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언젠가 떠나야 할 배를 만드는 것과 같다. “교육이란 싫은 것도 참고 해내고, 좋은 것은 참고 안할 줄 아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후회 없는 삶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싫은 일은 오래하지 못하는 법이다. 물리적 강요는 안 되고 설득이어야 한다. 자율이어야 한다. 너를 믿는다는 소신이 확실하게 아이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세상을 제 힘으로 걷게 하고, 풍족함으로 나약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슴 뜨끔하게 새겨 둘 말은 “부모가 변하지 않는 이상 교육을 통해서 아이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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