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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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고맙습니다
  • 최철
  • 승인 2023.12.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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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적성 농소)

일요일인데 날씨도 포근한 편이다. 채계산 등산도 하고 쓰레기를 주울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원다리 옆 절 아래 도로에 가니 검은색 자동차가 한 대 세워져 있었다. 등산객 자동차일 것이다.

 

채계산 쓰레기 청소

나도 그 차 뒤에 차를 세우고 쓰레기봉투 한 개는 허리 뒷춤에 꽂고 한 개는 손에 들고 집게로 쓰레기를 주우며 오르는데 당재까지 절반도 못가 벌써 봉투가 무거워졌다. 쓰레기는 등산객이 버리는 것보다는 중간에 어떤 공사를 한 곳이 있으면 쓰레기가 많기 마련이다. 막걸리 병, 커피 캔 등등이 있다.

쓰레기봉투를 길옆에 세워두고 허리춤에 찼던 새 봉투를 빼 들고 오르는데 내 차 앞에 주차했으려니 짐작되는 등산객이 하산하고 있다. 말을 걸었다.

저 밑 도로에 주차하고 오신 분이세요?”

.”

 

저희는 쓰레기 다 가져가요

80대 초쯤 되어 보이는 부부로 짐작되었다. 그들은 내 행색으로 쓰레기 줍는 사람인 것을 안다. 염치를 무릅쓰고 부탁을 했다.

"좀 내려가시면 제가 두고 올라온 쓰레기봉투가 있는데, 들고 내려가셔서 어르신 차 뒤에 세워진 차 옆에 두고 가시면.”

그들과 헤어져 당재를 지나 송대봉에 오르니 적성 들판과 마을들이 한 폭의 그림으로 내려다보였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출렁다리 쪽으로 가는데 한 떼거리 등산객이 올라온다. 내가 옆으로 비켜서서 기다리는데 저희는 우리 쓰레기도 다 가져가요라고 묻지도 않은 한마디를 한다. 맨 후미의 젊은이는 ! 쓰레기 주우시는군요라고 하며 지나친다.

출렁다리 조금 못 미쳐 정자에 가보았다.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쓰레기가 있다는 것을 안다. 역시! 정자 아래로 한 바퀴 돌면서 상당량의 쓰레기를 주웠다.

출렁다리에 이르니 관광객이 많아 복잡해 보였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우측 길로 혼자 하산했다. 그래도 쓰레기봉투를 들고 차 있는 데까지 가기는 힘이 들어 자전거대여소에 혹시나 하고 들려보니 알만한 후배가 근무하고 있었다. 그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내 차로 돌아왔다.

 

돈 받고 쓰레기 줍느냐?”

군 일 하세요?”

아니, 그냥.”

내가 쓰레기를 주우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질문, “돈 받고 쓰레기 줍느냐?”

기대했던 대로 내 차 앞에 그 노부부가 들고 내려왔던 쓰레기봉투가 놓여있었다.

어르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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