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지역을 보살펴온 민정심 내월보건진료소장
상태바
의료취약지역을 보살펴온 민정심 내월보건진료소장
  • 정명조 기자
  • 승인 2023.12.19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5년간 환자 위해 밤낮없이 진료소 관사에서 지낸 세월
응급처치로 심정지 온 어르신 구해…주민들 ‘칭찬합시다’

관사(진료소 숙소)에 계시면서 일과 후에도 응급환자를 보시고 독거노인분들 자택에 직접 방문해 살피시는 등 봉사를 이렇게 실천하시는 분이 있으실까요?”-OO

아픈 주민이 있으면 늦은 밤에라도 찾아가 상태를 살피고, 환자를 지극정성 돌봐 주십니다. 명절 전에도 심정지 상태가 된 분을 극적으로 구하셨습니다.”-OO

순창군청 누리집 게시판 칭찬합시다에 올라온 민정심 내월보건진료소장을 칭찬하는 글이다. 11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 신문사 사무실로 어르신 한 분이 오셔서 직접 쓴 편지를 내미셨다. 편지에는 내월보건진료소장을 칭찬하는 내용이 빼곡히 적혀있었고 더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어 내월보건진료소를 방문해 진료소장과 대화를 나눴다.

진료를 하고 있는 민정심 소장
진료를 하고 있는 민정심 소장

의료시설이 열악했던 1988

쌍치 금국보건진료소 근무 시작

주민들의 칭찬하는 제보를 받고 왔다는 말에 민 소장은 많이 당황하며 긴장된 표정으로 대화에 응했다.

언제 보건진료소 업무를 시작하게 됐나요?

간호대학교를 졸업하고 6개월간 직무교육을 마치고 1988101일에 쌍치면에 있는 금국보건진료소로 발령받았어요. 당시 국가에서 의료취약지역인 리()단위에 1차 보건 진료 및 방문 보건 사업을 했는데 지원한 거죠.”

35년 전인데 당시 얘기를 해주세요.

알다시피 그때는 좁은 비포장길에 차도 드물고 경운기, 자전거만 있었죠. 진짜 시골에서 20대 젊은 시절 사명감만 가지고 시작했는데, 면 소재지에도 병의원이 없어 진료소 이용률이 엄청 높은 거예요. 한 달에 300명 이상 보고 마을 나가고 왕진가고 매우 어려운 환경이었죠. 무조건 무슨 일 있으면 저를 부르는 거예요. 밤이고 낮이고 그때는 아프다고 하면 어떻게 해요? 가야지. 저밖에 없잖아요. 새벽에도 아프다고 하면 가야하고, 그때는 저도 차가 없었어요. 걸어서든 자전거를 타고 간다든가 그렇게 했어요.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칭찬제보 쪽지(정동원, 적성 대산)

혼자서 진료소 숙소에서 어떻게 지냈나요?

진료소 문은 항상 열어놔야 했고 제가 갓 대학 졸업한 20대였잖아요. 무서웠죠. 그런데 마을에 저랑 같은 민씨 성을 가진 여중학생이 있었어요. 그 어머니가 자기 딸하고 같이 자라고 해서 결혼하기 전까지 그 딸과 같이 잤어요. 그 어머니와 딸 덕분에 시골에서 혼자사는 두려움을 덜 수 있었죠. 참 고마운 분들이죠.”

 

마을 대소사를 돌보며 1차 진료 담당

칭찬합시다제보가 많은데,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첫 발령지 금국에서 20년 있으면서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그냥 마을 주민이었죠. 진료도 보지만 우편물 봐주기, 보일러나 TV 리모콘 고장도 제가 봐줬어요. 그렇게 답동, 월정 보건진료소를 거쳐 이곳 내월에 20219월에 왔어요. 지금은 병의원이 있지만 그때는 낫이나 칼에 베인 환자가 오면 직접 마취하고 꿰매고 했어요. 대신 보낼 곳이 없으니 응급 상황을 진료소에서 대처해야 했어요. 지금은 환경이 좋아져서 응급상황을 대처해야 하는 일이 많이 줄었죠. 그때 하던 대로 지금도 평일에는 진료소 2층 관사에서 지내는 데, 문을 열어놔요. 언제든지 방문하거나 왕진 갈 수 있게요.”

 

숨을 쉬지 않고 의식 없는 환자 응급조치로 구해

응급처치로 어르신을 구한 그 때 상황이 궁금합니다.

전날 체한 것 같다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어머님 한 분이 걸어서 오셨어요. 상태를 보니 약만 드리고 보내면 안 될 것 같아 물도 드리고 쉬었다 가시라고 했는데, 조금 있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어 의자에서 뒤로 넘어가는 거예요. 저 혼자 있고 위급해서 바닥에 눕히지도 못하고 그 상태에서 심장 압박을 죽어라 했죠. 119에 전화도 못 하고요. 누가 오기만 기다리며 쩔쩔매고 있는데, 마침 지내마을 이장님이 오셨어요. 이장님에게 119에 전화를 부탁하고 계속 심장 압박을 했는데, 눈을 뜨시는 거예요. 이제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 같아 이장님 도움으로 어머님을 바닥에 눕히고 몸을 주무르니 깨어나셨어요.”

농촌의료취약지역의 1차 진료를 맡고 있는 보건진료소는 마을의 사랑방, 상담소, 의료시설 역할을 오랫동안 수행해왔으며 민 소장은 마을주민과 어울리며 마을을 보살피는 돌보미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