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이지만 삼시 세끼 챙겨먹을 수 있어 감사해”
금과 발산마을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염영순(91) 할머니의 이웃돕기 성금 소식이 알려지면서 군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금과 내동교회 설동화 집사는 “이름이 알려지길 원하시지 않는 한 어르신이 지난 11월 26일 성금 100만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달라며 교회에 기탁했다”면서 “할머니는 더군다나 기초생활수급자로 혼자 살아가시면서 틈틈이 성금을 모았다”고 귀띔했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 도움되고 싶어”
호기심이 동해 설 집사에게 할머니를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설 집사는 “할머니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면서 “할머니는 ‘그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부를 한 건 뿐’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월 3일 점심 무렵 순창읍내 한 식당에서 교회 예배를 마치고 나온 염영순 할머니와 교회 관계자들을 함께 만났다.
할머니는 담담하게 기부 소감을 전했다.
“저는 집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국가에서 먹여 살리잖아요. 하나님 은혜로 그래도 밥을 하루에 세끼 먹고 살잖아요. 그런데, 크리스마스 때 소외되는 주민을 보고 나면 한 1년 동안 마음이 답답해요. 얼마나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이 많아요. 부끄러운 게 말을 안 하려고 했는데… 적은 금액이지만 저보다 더 춥고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할머니는 금과 발산마을에 거주한 지 10여년이 조금 넘었다. 순창에 살게 된 사연을 물었다.
“서울 살다가 광주 딸네 집에서 지냈는데, 제가 불편해서 못 살겠더라고요. 순창에 살고 있는 아는 동생이 ‘시골 가서 나랑 살자’고 해서 와봤더니 빈집이 있더라고요. 딸이 절대 방을 못 얻게 했지만, 제가 편해서 여기서 살았어요.”
다른 자녀는 있는지 물었더니 할머니에게서 “아들이 둘 있는데 사업한다, 주식한다, 뭐다 하면서 형제 간에 사이가 틀어지고 하면서 언젠가부터 저하고도 연락이 끊어졌다”고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타지 출신, 올초에도 50만원 기부
화제를 돌려 평소 무얼 하면서 지내는지 여쭸다.
“집에서 밥 해 먹고 그냥 청소하고 지내는데, 지원사가 일주일에 세 번 집에 와요. 근데 제가 어디 가기가 불편하기도 하고 방도 쬐깐하고 크게 신경 쓸 일은 없으니까 그럭저럭 살아요. 주일에는 교회 가서 사람들 만나고, 마을 사람들이 제가 혼자 산다고 안부를 계속 확인해줘요.”
곁에서 대화를 듣던 설동화 집사는 “할머니께서 타지 출신 외지인임에도 당신은 고령에 잔병으로 고생하고 있으면서도 올해 초에 50만원을 교회에 기부하기도 했다”면서 “지난해 겨울 폭설로 할머니가 홀로 사시는 집 문간채가 무너져서 군에서 철거했지만 잔해가 대문 앞 마당에 방치되고 있어 겨울 폭설 시에 출입상 안전이 우려되는 실정”이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어 “할머니의 사랑나누기 선행에 감동한 내동교회도 성금 100만원을 모아 지난 20일 금과면행정복지센터에 기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사랑 나누기가 전염되듯 확산된 것이다.
“건강 허락한다면, 내년에도 성금”
할머니에게 새해 소망을 여쭸다.
“소망이 뭐 따로 있나요? 그럭저럭 건강하게 살다가, 하나님 믿다가 하느님이 부르시면 곁으로 가면 족하지요.”
내년이면 92세로 마을에서 최고령인 할머니는 대화 내내 쑥스러워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마냥 소중하다”는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내년에도 조금씩 모아서 이웃돕기 성금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