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조]개혁과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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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조]개혁과 변화
  • 정명조 기자
  • 승인 2023.12.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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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는데 길 한가운데 울타리가 있었다. 한 개혁가가 나타나 이 울타리, 용도를 모르겠는데 치워버리죠라고 말한다. 더 나은 개혁가는 용도를 모른다면 무작정 치우는 것에 반대해요. 용도를 정확히 알아보고, 치워야 한다면 그때는 저도 도와서 울타리를 치우겠습니다.”

체스터턴의 울타리(Chesterton’s fence)로 불리는 이야기입니다. 체스터턴은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면 그것이 애초에 왜 필요했는지 알아야 한다며 이 비유를 사용했습니다.

내가 살아온 방식과 내가 가진 상식이 다른 곳에 가면 안 맞거나 어떤 현상이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면 이런 경우를 많이 겪게 되죠. 그래서 낯선 지역이나 환경에서 무언가를 개혁하고자 할 때, 그것이 왜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어떻게 남아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지 않은 낡은 과거의 관습이나 문화를 대할 때, 무작정 바꾸기보다 그 본질을 먼저 알아야 본질을 유지한 채 개혁할 수 있습니다.

한해를 정리하며 그동안 쓴 기자수첩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전공이 컴퓨터공학이라 그런지 유난히 시대 흐름에 관한 내용이 많습니다.

지역에서 간과하고 있는 이에스지 경영(ESG 경영,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개념), 공공시설과 각종 공사 문제점, ‘작은학교 살리기를 위한 농촌유학, 종이신문의 뉴미디어로 전환, 동물복지 등 시대의 흐름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이 중 동물복지에 관한 기사는 2020년 말 기준 반려인의 수가 1,448만 명으로 4명 중 1명 이상이 반려인인 시대를 맞아 동물복지에 관한 인식이 개선되길 바라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동물복지에 관한 인식은 도시와 시골이 본질적으로 차이를 나타내는 데, 애완견으로 비교하자면 도시에서는 애완견을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반려인들은 애완견의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도시 지역에서는 애완견의 교육, 건강관리, 사회화 등에 관한 관심이 높아 애완견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용품들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반면 시골 지역에서는 애완견을 가축이나 경비견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애완견에 대한 교육과 건강관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합니다. 또한, 시골 지역에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유기 동물이 많아, 주민들이 애완견의 사회화나 행동 교정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애완동물에 관한 인식이 본질적으로 달라서 변화가 어려운 부분입니다.

기업문화, 조직을 움직이는 미래 에너지에서는 변질변화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변질이란 어떤 것이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 본질이 바뀐 현상이고 변화란 본질은 유지한 채, 비본질적인 것을 바꾸는 것이라 설명합니다. 그러나 변화에는 새로운 인식과 가치가 생겨 본질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물복지처럼 말이죠.

우리보다 앞선 세대가 남긴 답은 그 시대가 반영된 것입니다. 그래서 시대가 급변하는 오늘날에 맞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을 선택했느냐가 아니라 선택했느냐입니다. 답은 틀릴 수 있지만 질문은 틀릴 수 없습니다. 변화가 느린 시골은 외부 변화에 대응이 느립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원래 이렇게 해왔어라고 변명하기에는 세상의 빠른 변화가 무섭습니다. 본질을 잘 파악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 우리 지역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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