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조]관료제와 권위, ‘권위 있는’과 ‘권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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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조]관료제와 권위, ‘권위 있는’과 ‘권위적인’
  • 정명조 기자
  • 승인 2024.01.0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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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제권위주의’, 이 단어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OO조직은 관료적이다’, ‘OO은 권위적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면 딱딱하고 구시대적 느낌이 듭니다. 부정적인 말로 들리죠. 그러나 관료제권위주의는 원래 부정적인 용어가 아닙니다.

관료제, 옛날에는 조직에서 역할과 업무가 공정하게 나눠지지 않았습니다.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해 또는 관리자의 마음에 따라 역할과 업무가 결정됐죠. 이런 비합리성을 없애기 위해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관료제를 처음 정의했습니다.

지금은 관료제의 비효율성이 종종 지적받지만, 그 당시 관료제는 이전 체제에 비해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베버는 관료제를 통해 관습이나 가문에 의해 세습되는 전통적 체계에서 벗어나 합리성과 공정성을 더해 명문화된 규칙, 공식적 지위, 합리적 능력에 의해 조직이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료화(관료주의), 관료제가 변질되면 관료화가 됩니다. 관료화는 관료제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까지 관료제를 적용하여 극단적 합리성이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현상입니다. 관료제의 절차와 규칙은 단순한 수단이 아닌 그 자체가 목적이 됩니다.

따라서 일종의 '목표전도'가 생겨나고, 관료제 역할이 갖는 수단적·형식적인 측면이 실질적인 조직의 주요 목표를 성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지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조직이 엄격히 규정된 규칙과 의사소통 통로에 따르도록 더 집중화된 통제와 강요된 복종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생기고, 시스템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되어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면 규칙이 없어서, 선례가 없어서 할 수 없다라고 거부합니다. 관료화로 인해 주민(고객)으로부터 멀어집니다.

권위주의, 조직이 움직이려면 권위가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힘을 행사해야 하며 일부 구성원이 저항해도 의지를 관철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권위는 조직을 움직이는 에너지입니다. 그러나 최근 권위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권위 있는 교수라고 쓰면 긍정적인 의미고 권위적인 교수라고 쓰면 부정적인 의미입니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권위적인 사람을 인간을 상하 계층 관계로 설정하여 우열을 구분하고 나를 따르라고 외치지만 자신은 실천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견해에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권위 있는 사람은 누군가의 행동을 유도하지만, 권위적인 사람은 저항만 만듭니다. 권위는 주변 사람들의 수용에 의해 결정되는데, 한 회사의 직원 설문 조사 결과 다음의 세 가지 덕목을 갖춘 사람을 권위 있는 사람으로 뽑았습니다.

전문성-본인의 과거 경험을 기반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지금 직원들의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 책임감-편한 방법이 아닌 옳은 방법을 고수하는 자세 용기-무엇인가를 없애주는 행동, 진짜 권위있는 사람은 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과감히 없애는 사람.

관료제와 권위주의는 관료제가 변질한 관료화와 권위주의의 한 형태인 가부장제, 신정(神政) 정치, 나치 체제, 독재정권 같은 제도로 인해 현대에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부정적인 용어가 아닙니다.

관료제의 본질인 합리성·공정성·전문성을 지키고 주민과 고객에게 가까워지는 것이 조직이 추구해야 할 변화이며, 전문성·책임감·용기를 가진 권위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게 우두머리가 추구해야 할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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