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친환경연합(영)’과 ‘마을과 아이들’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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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친환경연합(영)’과 ‘마을과 아이들’ 교류
  • 구준회 객원기자
  • 승인 2024.01.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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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농촌, 상생·공생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 찾기

순창친환경연합()’과 망우산 마을공동체 마을과 아이들2023년 여름, 도시와 농촌이 상호 상생하고 공생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찾기 위한 협약을 맺고 여러 가지 교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여름 순창친환경연합()은 마을과 아이들 회원들에게 순창에서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였고 2023년 가을 마을과 아이들은 순창친환경연합()의 유기농 쌀을 비롯한 다양한 농산물을 공동구매하였다.

교류 2년차에 들어서는 두 단체는 이제 물적인 교류를 떠나서 한 단계 도약하는 교류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한 차원에서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마을과 아이들의 일부 회원들이 순창을 방문하여 여러 가지 생각들을 나누었고, 다음 글은 마을과 아이들회원 한 명이 <열린순창>에 기고한 글이다.

외부에서 본 순창에 대한 시선이 순창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와 것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순창 두 번째 방문기

 

도토리 이현숙(53세, 도시와 문화 탐구자)

 

무언가를 아는 건 무거운 일이다. 두 번째 순창을 방문해보니 더욱 그렇다. 첫 번째 방문에서는 사람을, 두 번째 방문에서는 공간에 좀 더 다가가는 시간이었다. 이 앎은 순창은 이렇더라, 어디 가서 입을 뗄 정도의 앎이며, 깊지는 않으나 감정이 담길 정도의 앎이었다.

순창에 대한 내 감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소멸해가는 지방을 바라보는 안타까움과 답답함이었다. 하필 만물의 뼈대가 드러나고 찬 회색이 두드러지는 1월이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겨울의 순창은 쓸쓸하고 애틋했다. 강천산 설경이 아니었다면 겨울에는 오지 말자고 할 뻔했다.

 

소멸 피하려 노력하는 지방

순창에도 그 나름의 노력이

순창에 들어서면 저마다 다 다른 모양으로 솟은 산줄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눈으로 산세를 훑는 버릇은 강원도에 살면서 생긴 습관이다. 산들이 둥글고 완만하게 품는가 하면 어느 지역은 뾰족뾰족 거칠게 과시하는 등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 순창은 그 모양이 일률적이지 않고 제각각으로 보였다. 어디는 둥근 밥그릇을 엎은 듯하였고, 어느 산은 뾰족하게 홀로 서 있었다.

터미널이 있는 읍내 구도심 풍경은 더 신기했는데, 바로 어느 한 블록도 일관성이 없는 점이었다. 주택단지인가 하면 불쑥 상가가 튀어나오고, 오래된 골목인가 싶으면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한 흔적이 툭툭 나온다. 사용하는 자재도 모두 다르고 모양새도 달랐다. 꼭 옆집과 닮지 않기를 경쟁하는 것 같았다. 내 눈에는 길을 따라 쭉 그려진 벽화도 보이지 않았다. 단 두 집도 같지 않다니 정말 희한했다. 좋게 말하면 자율이요, 나쁘게 말하면 각자도생그 자체였다.

간판은 또 어떤가? 정비사업을 한 것도 같은데 그 모양은 물론이요, 로고나 슬로건 그 어느 곳에서도 순창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면 단위 동네에는 잘 갖추어진 학교와 체육관, 귀농귀촌센터, 마을배움터, 경로당 등등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큼직큼직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일관성과 색이 없는, ‘군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다운 다양성과 황량함이 순창이었다.

하기사 교류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순창을 몰랐다. 지리 시험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창은 관광도시나 역사도시, 혹은 유명한 공동체사업, 아니면 유명한 맛집이 떠오르는 그런 곳도 아니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게 바로 지방의 무명도시 대부분이 겪는 모습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아마도 그동안 내가 갔던 다른 지방도시가 주로 세금의 흔적이 느껴지는그런 관광지나 사업지여서 비교가 되었던 모양이다.

 

나는 지방을 유리 진열장에 가두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 안에는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매일 매일 바뀌고 변하며 산다. 지방에는 농토와 산만 있는 게 아니라 작은 도시가 있다. 대도시와는 당연히 많이 다르지만, 거기에도 더 잘 살기 위한 노력과 온갖 욕망이 충돌한다. 전국의 지방 도시들은 지금 소멸을 피하려고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노력을 긍정하지는 않지만, 부정하지도 않는다. 사람의 흔적은 없고 공간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순창에도 그 나름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대도시와 지방이 서로 만나고 교류할 때,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소비하고, 원하는대로 고정하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판에 박힌 관광지도 별로지만 대도시인들의 편의대로 지방을 고향이나 향수’, 옛것이 살아있는 추억으로 박제하려는 시도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관광지, 역사 유적지, 농어업생산지 등 각종 포장이 난무하는 이 시절, 순창은 어떤 색으로 소멸을 견디는 것일까.

 

순창과 마을과 아이들교류

더 알아야 하고 시도해보아야

이번 여행 목적은 관광은 당연히 아니고, ‘교류를 위한 탐색이었다. 덕분에 좀 더 자세히 내부를 들여다보았고, 그곳 사정을 들었고, 무엇을 어떻게 왜? 서로 주고받아야 하는지 생각하기 위해 보고, 경험하는 데 집중했다.

순창군의 1년 예산은 5000억원으로 적지 않다. 인구는 3만명이 안된다. 중랑구 1년 예산이 1조원인데 그 예산의 절반이 10분의 1도 안되는 인구에게 쓰인다. 혹시 순창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복지천국일까? 사람에게 투자하느라 외관에 신경쓰지 못했다면 그것도 참 좋을 텐데. 다음에는 다른 계절, 세금의 흔적이 느껴지는 곳으로 가볼 것.

작년 인구가 삼십여 명 늘었다는 걸 보면 순창의 매력이 있긴 한가보다. 내가 아는 ○○선생님은 귀촌 후 1년이 채 안 되어 순창에 집을 사고, 집 앞 커피숍 사장이 동갑인 것도 알고,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 경우만 놓고 보면 결국 지방 도시와의 교류나 이동은 의식주나 관계에 해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순창과 마을과 아이들의 경우만 보아도

그 먼 거리를 서로 오가게 된 계기가 결국 사람이었으니까.

대신 나는 그 교류가 대도시인이나 지방도시인 어느 한쪽에게 유리한 일방적인 교류가 아니길 바란다. 요란한 관광지나 푸근한 고향, 두 선택지 사이를 헤매며 소멸의 과정을 힘겹게 버티는 지방 소도시의 현주소를 대도시인이 알아가고, 각박하고 힘든 대도시인에게 다른 삶을 선택할 기회를 열어주는, 그렇게 서로 공존하는 어떤 다른 길이 있으면 좋겠다.

삶의 방식은 다양하니까. 지방에 밥벌이가 있을 가능성은 당연히 모든 것이 밀집된 서울보다 적을 것이다. 그러나 기회는 어차피 가능성과 희망이니 그 답은 찾는 거지없다고 미리 포기할 것도 아니다. 별장이나 세컨하우스를 짓고 한적함을 누리거나 나는 자연인이다를 실현하지는 못해도 누구나 지방도시에서 살 기회를 가져야 한다.

지방에도 있을 건 다 있다. 대신 사람만 없는 공간이 그득할 뿐이다. 그곳이 기다리는 게 지갑과 여유를 가진 사람들, 노동력에만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게도 다른 삶의 선택지가 되면 좋겠다. 누가 누굴 이용하고 단물만 쏙 빼먹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 상생하는 다양한 길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알아야 하고, 이것저것 시도해보아야 한다.

순창과 마을과 아이들의 교류는 어쩌면 그 시작이자 결과가 될 것이다. 서로 뒤죽박죽 섞여 있는 순창의 모습처럼, 비록 뒤죽박죽 정신없을지라도 그렇게 우리는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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