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읍 남계리 출신 선산곡 작가가 지난해 12월 수필집 《길 위에 서서》를 펴냈다. 수필집에는 정제된 언어로 풀어낸 수필 54편이 수록돼 있다.
“길 위에 서서 // 눈물 같은 바람으로 가슴을 통과하는 // 화살을 나는 보았다 // 2023년 11월 // 수수동 우거에서 선산곡.”
이는 <길 위에 서서>를 넘기면 처음 나오는 ‘여는 글’ 전문이다. ‘길’, ‘눈물’, ‘바람’. ‘가슴’, ‘화살’이라는 단어에는 선 작가가 삶을 살아내면서 감당해야 했던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풍류를 즐기는 진정한 예술인”
선 작가는 책 제목 글씨와 표지 그림, 본문 그림을 모두 본인이 작업했다. 선 작가를 잘 아는 지인은 “풍류를 즐기는 진정한 예술인”이라고 단언한다.
수필집은 △1부 사랑하고 있었습니까(13편) △2부 고향, 노래, 그리고 눈물(14편) △3부 추억(13편) △4부 그 지독함희 깊이를(14편) 등 4부로 구성돼 54편의 수필을 실었다. 각 수필은 쉽게 읽히지만 작가 특유의 정제된 언어와 비유,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많은 것을 떠올리게 된다. 수필이 지닌 사색의 힘은 강력하다. 바쁜 일상에 지친 이라면 한 편 한 편 시간을 두고 음미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필집을 덮었을 때,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연상되면서 “그 사람을 당신은 사랑하고 있었습니까”(사랑하고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이 따라오고, “이 계절은 알 수 없는 깊은 서러움을 분명히 지니고 있다”(고향, 노래, 그리고 눈물)고 속삭이고, “첫 직장, 첫 출근, 첫 만남들, 얼결에 맞은 제2의 인생, 출발점이었다”(추억소묘·1-첫발)며 과거를 추억하고, “뒤에 앉아서 쉬는 당신 한숨 소리가 나 있는 곳까지 들렸어”(그 지독함의 깊이를)라고 삶의 깊이를 전하기도 한다.
살아온 길 위에 서서 전하는 말
선 작가는 맺는 글 ‘좌절을 이기기 위한 변명’에서 이렇게 전한다.
“끝없이 // 뻗어난 그 길이다 // 말, 말들이다.”
여는 글에 이어서 짧은 문장에 또 다시 등장한 ‘길’은 결국 ‘말’로 매듭을 짓는다. 선 작가가 걸어온 ‘길 위에 서서’, 사람들에게 꼭 하고픈, 해야만 하는 ‘말’을 전하는 느낌이다.
∴선산곡 작가 1994년 수필 〈꽃씨 옆에서〉로 문예연구 수필부문 신인으로 등단, 정제된 언어의 수필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단편소설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계간 문예종합지 <표현> 봄호에 소설 〈제비초리〉가 실렸다. 최근 소설집 《탓》을 발간했다.
선 작가는 순창읍 남계리 출신으로, 전북수필문학회장과 국제펜클럽전북본부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