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송(頌)]에 담긴 부부 -무덤까지 함께할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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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송(頌)]에 담긴 부부 -무덤까지 함께할 인연
  • 설균태 고문
  • 승인 2024.02.20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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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균태 (재경순창군향우회 고문)

이 시의 작가 강인섭 시인은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산록(11)]이란 시로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으며 그의 대표 시고서는 [녹슨 경의선], [파리 그 다락방 시절] 등이 있다. 강인섭 시인은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정치에 입문하여 2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까지 지냈다. 2016년에 향년 79세를 일기로 타계하였다.

[부부송]은 그가 남긴 많은 시 가운데 한 편의 시이다. 그런데 그 시 [부부송]은 나와는 각별한 관계가 있다. 강 시인과 나는 같은 대학(한국외국어대학) 동문으로서 강 시인이 나보다 3년 선배이면서 가까이 지내는 사이였다. 그분이 총동창회 회장을 할 때 내가 부회장을 하면서 서로 호흡을 잘 맞춰가며 동창회를 잘 이끌어 갔던 많은 추억이 떠오른다.

그 무렵에 이 시 [부부송]를 예쁜 액자에 넣어 나에게 주면서 부부간에 단란하게 백년해로하고 집 안에 잘 보이는데 간직하라면서 준 선물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당시 내 곁에 있던 나의 배우자는 그로부터 6년이 채 안 되어 끝까지 해로를 못 하고 병마를 이기지 못하여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지만 이 시는 비록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되어 여기에 실어 보고 싶었다.

남남이던 둘이 만나 / 조상 대 이을 자식 낳고 / 한 가정 이루어 함께 하나니 / 그 작은 둥지가 곧 우주니라

평범한 가정을 형성하는 과정을 소박하게 표현하면서도 부부와 가정의 소중함을 잘 그려 주었고 우주의 근본이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작가는 느꼈던 것 같다. 즉 동양의 성리학,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와 상통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땀과 한숨의 나이테 / 안으로 잔잔히 새기며 / 소나무처럼 살아온 부부 / 손잡고 가는 길이

하늘의 뜻 따름이라

두 부부가 만나 산전수전 다 겪으며 고난의 세월 함께 살아온 세월, 그걸 이겨낸 것이 조강지처(糟糠之妻) 아니겠는가~ 힘들어도 함께 손잡고 이것이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천상배필()로 알고 살아왔다.

멀리 있는 길 가다가 힘들어 지칠 때도 / 지어미는 지아비의 지팡이가 되어 / 예까지 함께 왔나니

기나긴 세월 함께 하면서 힘들 때마다 내조()의 공이 얼마나 큰지를 강조하였고 전통적인 부창부수(夫唱婦隨)를 잘 표현한 내용인듯하다.

서로 믿고 사랑하며 / 험한 파도 헤처 한길 가노니 / 부부는 무덤 속에서도 / 나란히 누울 동반자니라

수많은 세파를 헤쳐오면서도 부부 사이에는 믿음과 사랑이 있기에 극복할 수 있었고 이심전심으로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어 둘이 함께 추구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가 있다는 뜻인 듯하다. 그렇게 부부란 인연으로 만나 금실 좋게 백년해로(百年偕老)하다가 Happy Ending 동반자로 막을 내린다.

이 시는 다소 가부장(家父長)적인 냄새를 풍기면서도 현모양처(賢母良妻)로서 아내의 역할이 잘 묘사되어 있고 전형적인 미풍양속(美風良俗)에 길들여진 한국의 모범가정을 잘 그려낸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설균태 고문
설균태 고문

 

설균태 고문이 <재경문학> 20241월호에 실은 글이다. 설 고문은 재경문학회장으로서 <재경문학> 발행인이기도 하다.

설 고문은 풍산 출신으로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정통경제관료 출신이다.

서울에서 애향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재경전북도민회 이사와 지도위원, 재경순창군향우회 고문과 옥천향토문화연구소 이사장 등을 맡고 있으며 순창군민의 장(애향장)’을 수상했다. 2024년 초 전국 성균관 고문 35명으로 구성된 성균관 고문단 초대 고문회장에 선출됐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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