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회]참된 지방자치와 숙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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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참된 지방자치와 숙의 민주주의
  • 구준회
  • 승인 2024.03.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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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회(풍산 두지)

지방자치제도란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공동체의 과제 또는 문제, 행정을 스스로 다루는 것을 말한다. 지방선거로 주민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장은 행정을 담당하고 의회는 행정을 감시·견제하며, 이를 통해 주민의 삶과 맞닿아있는 자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또한, 지방자치제도는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주민들이 직접 고민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주민의 자율적 참여에 기초해 해당 지자체의 행정을 운영하는 것을 포함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행정의 운영은 주민의 참여를 근거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지방자치의 현실은 어떠한가? 주민의 자율적인 참여가 보장되고 있는지 반문해본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오늘날 지방자치제도에서 주민의 참여는 잘 이루어지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주민이라 함은 일정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로, 지위의 고하를 망라한다.

하지만 현실은 오래전부터 지역의 유지라고 불리는 일부 사람들의 의견들이 행정의 운영에 반영되었을 뿐, 다수의 평범한 주민들은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국어사전에서는 유지마을이나 지역에서 명망 있고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는데, 예전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되어있을 때에는 유지를 중심으로 공동체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하나, 오늘날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가 지역공동체의 과제 또는 문제, 행정을 스스로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는데 그렇지 못한 현재의 모습은 어디서부터 기인하는 것일까? 행정의 운영을 맡고 있는 선출직·임명직 공무원의 문제인가? 아니면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지역의 현안에 대해 강 건너 불 보듯 관심을 갖지 않는 주민이 문제인가? 둘 다 아니면 오늘날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의 문제인가?

지역의 문제를 숙의 민주주의로 해결하는 사례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숙의, 말 그대로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하는 것을 뜻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숙의 민주주의이다. 순창뿐 아니라 여러 지역들이 개발이냐 보존이냐, 외생적 발전이냐 내생적 발전이냐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을 겪고 있는데 단체장은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주민들이 함께 깊게 생각하고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경기도 광명시의 경우 202311, 온라인 정책제안 플랫폼인 광명시민1번가를 통해 시민이 공론화를 요청한 올바른 가로수 관리 방안을 주제로 첫 번째 시민 공론장을 진행했다고 한다. 광명시의 시민 공론장제도는 주민 100명 이상의 연서를 받아 공론장 개최를 행정에 청구하는 것으로 이해관계집단, 해당 부서, 전문가 등이 포함된 공론단과 협의하는 절차가 포함되며, 공론장이 종료된 이후에도 시민이 해당 사업 추진 과정에 함께 참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광명시의 민관협치 활성화 기본조례에 근거한다. 이와 관련한 박승원 광명시장의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시민과 동행하지 않는다면 좋은 정책이 아니다.”

한편 서울시의 경우 시민숙의예산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1년 예산의 약 5%에 해당하는 금액인 1조원을 시민이 결정한다는 주제 아래 시민들의 토론과 검토, 기획의 과정을 통해 예산안의 틀을 마련하는 시민참여 예산제도이다. 시민들이 서울시 사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이를 시민이 직접 심사하고 선정하여 이듬해 예산을 편성, 실행하는 제도이다.

서울시는 거기서 더 나아가 행정 주도로 기획·편성되던 기존의 다년도·대규모 사업 예산에도 시민참여를 확대하고자 시민숙의예산을 추가로 도입하여 시의 전반적인 예산사업을 시민들이 숙고·토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혹자는 도시니깐 가능하지. 서울이니깐 가능하지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민이 주도하는 지방자치, 숙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도시주민 따로 있고 농촌주민 따로 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인구의 규모가 크지 않은 순창군과 같은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에서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제도, 숙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주민들의 노력과 행정을 집행하는 공직자들의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참된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순창군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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