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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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최육상 기자
  • 승인 2024.03.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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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6개월 교직 마무리 “고향 순창에서 정년 퇴임해 행복해요”
“제2의 인생, 고향 순창 발전에 기여하는 방법 모색하고 있어요”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순창여자중학교 교장실 한쪽 벽에는 1·2·3학년 전교생 사진과 이름이 각 반별로 붙어 있다. 그 옆에는 각각의 시구가 쓰인 출력물 두 개가 조금 떨어져 붙어 있다.

하나는 김사인 시인의 날이 저무는 일 / 비가 오시는 일 / 바람 부는 일 / 갈잎 지고 새움 돋듯 /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서기도 하는 일 // ‘다 공부지요말하고 나면 / 좀 견딜 만해집니다라는 <공부>.

다른 하나는 4언절구 형태의 꽃의 향기는 십리를 가고(화향십리·花香十里) / 술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주향백리·酒香百里) / 지식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묵향천리·墨香千里) /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인향만리·人香萬里)”.

사진과 시를 붙인 주인공은 최순삼 교장이다. 팔덕 광암리 태자마을에서 태어나 팔덕초·순창북중·순창고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에 진학한 최 교장은 지난 1988년부터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10, 20대를 거쳐 60대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평생을 공부하며 인재를 길러냈다. 최 교장의 공부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진심은 두 시에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최순삼 교장은 교육자로서 사람에 대한 진심이 묻어나는 시를 교장실에 붙여놓았다.

 

학생회 현수막이 맺어준 인연

기자가 최 교장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21129일이었다. 당시 순창여중 후문 쪽에 학생회 명의로 걸려있던 한국은 5면이 바다이죠, 동해, 서해, 남해, 선배님들 사랑해! 그리고 졸업을 축하해!”라는 현수막에 호기심이 동해 취재하면서였다.

그날 처음 인연을 맺은 최 교장은 기자에게 순창여중 학생회·기자동아리 교육을 맡겼다. 기자는 <열린순창> 편집국장 자격으로 순창여중 학생들과 함께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기자교육을 담당하고 순창여중 학교 신문 <자갈자갈> 창간호부터 2, 3호를 연이어 발간하며 최 교장과 인연을 이었다.

최 교장은 순창여중 교장을 끝으로 356개월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며 지난 2월말 정년 퇴임했다. 평소 대화를 자주 나누던 최 교장과 정년 퇴임을 앞둔 지난 27일과 220일 교장실에서 대담을 나눴다.

 

학생인권의 꽃은 자치권

최 교장은 확고한 교육철학과 학생관을 제시했다. 그는 학생인권의 꽃은 자치권이라고 단언하며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해서 성장하고, 스스로 삶을 풀어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게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학교구성원들이 학생을 배움의 주체’, ‘권리의 주체로 인식해야 합니다.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갖데 된 학생관입니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 본 경험들이 많은 학생은 나중에 자기 삶과 자신을 주도적으로 끌어갈 힘이 생기죠. 민주시민으로 더불어 살 힘도 생기고요. 교육은 한 학생이 한 사람의 인격체로 독립해서 인생을 풀어가면 성공했다고 봐요.”

최 교장은 자치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구조로 시대가 변하면서 학생들 입장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학부모와 교원들이 내가 살아왔던 시대처럼 학생들이 살면 될 거라는 판단이 학생들한테 정말 도움이 되는가,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깨고 가기 위해서라도 자치권이 중요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성취해 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북 학생인권조례 만든 주인공

최 교장은 전북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를 차분하게 회상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때인 2012년과 2013년에 계속 토론했죠. 학생인권조례가 처음에는 도의회에서 부결됐어요. 학생들에게 권리를 주면 학교 교육 활동을 더 어렵게 하는 게 아니냐 그런 우려가 컸죠. 학생들은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에요. 그동안 권리를 먼저 주고 책임을 갖게 한 교육이 없었는데, 저는 2014년부터 한 해 40개 중·고등학교에 500만원씩 편성해서 학생회실 예산부터 지원했어요. 학생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 시간, 예산, 3가지를 교육감님한테 말씀드리고 먼저 진행했어요. 지금은 대부분의 학교에 학생자치실이 있어요. 자치활동에 학교 예산의 1%를 의무적으로 편성하고 있고요.”

실제로 기자가 기자교육을 하며 3년 간 연이어 만나본 순창여중 학생회 임원들은 학생회 통장을 별도로 관리하면서 스스로 행사를 기획하고 예산을 편성·집행했다. 1년 간 학생회 살림살이를 결정하면서 학생들이 얻는 경험은 무척이나 소중해 보였다.

 

사춘기 때 동행 교사 역할 중요

최 교장은 쌍치중, 순창중, 복흥중 등 고향 순창에서 116개월을 근무한 바 있다. 그는 정년을 4년 남겨두고 전북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에서 순창여중으로 발령받았다.

최 교장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고향 순창에서 교직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라면서 공교롭게도 올해 졸업생이 70회를 채웠고, 내년부터는 순창여중이 남녀공학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마지막 순창여중 교장으로도 남게 됐다고 정년 퇴임 소감을 전했다.

그는 사춘기 때 동행해주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교사로서의 사명감이 중요하지만, 학생과 교사 간에 신뢰가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교사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뢰는 곧 교육의 힘이라며 사회분위기가 개인주의로 흐르고, 교권이 무너진 측면도 있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옥천인재숙, 객관적인 평가 필요

최 교장은 옥천인재숙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의견을 전했다.

인재숙이 갖고 있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고 보는데, 그간의 교육 환경과 사회 환경은 엄청 많이 변했어요. 근본적으로 교육적 관점에서는 지역사회에서 차별화된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인재숙에 다니는 아이와 안 다니는 아이의 차별에 대해서는 교육적인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교육적인 차별에서 누적된 문제들을 이제는 공론화하고, 모두가 참여해서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입학 학교가 학벌병폐

최 교장은 교육 차별을 이야기하며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교육의 최고 병폐가 뭡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병폐는 입학하는 학교가 학벌이라는 거예요. 어떤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구조가, 공부는 입학하는 대학교만 결정되면 끝난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한국 사회에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인재라고 하는데 인재라는 용어는, 용어의 오염이라고 봐요. 용어의 오염. 교육에서는 인재를 정말로 포괄적으로 넓게 보고 다양하게 봐야 해요. 학생들의 인생을 위해서도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발바닥교육’ <열린순창> 3년 연재

최 교장은 지난 20212월부터 20242월까지 <열린순창>에 한 달에 1발바닥 교육 이야기를 칼럼 형식으로 연재했다. 3년 간 34회의 글을 끝으로 당분간 글쓰기는 내려놓았다.

최 교장은 인격을 갖추고 인성을 배워가는 학생들에게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특히, 글쓰기는 많은 생각과 여러 자료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순창여중 학생들이 기자 교육을 받고 기사를 써서 학교 신문을 만든 과정은 훗날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 교장은 고향 순창에 대한 애정으로 말을 맺었다.

순창이 20~30년 후에도 계속 지속 가능할 것인가? 순창의 역사, 문화, 교육적인 힘 이런 것들에 대한 아주 실천적인 연구가 동시에 병행되어야 합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해야죠. 내가 살아온 고향이 없어지고, 부모님과 아이들의 삶터가 없어진다는 절박함이 있잖아요. 부족하나마 제2의 인생을 고향 순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순삼 교장은 "제2의 인생을 고향 순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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