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그날의 기억,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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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그날의 기억, 4월
  • 안녕독구말 글작가
  • 승인 2024.03.12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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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째의 4. 2014416일 이후, 매해 4월은 그저 지나갈 수 없는 달이 되었다. 하지만 10년은 꽤 오랜 시간이었다.

첫 해, 그리고 두 번째 해에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서명을 받기도 하고 시민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알리기 위해 피케팅을 하기도 했다. 필자가 활동했던 서울 동대문구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고 무수한 노란 리본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목숨이 불시에 사라졌던 그 날의 사건을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반드시 밝혀져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가 거듭되면서 목소리들은 변해갔다. 내게, 혹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불안했던 마음들은 점차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지만 매년 거리에 현수막을 달거나 안산을 찾아가 걷기도 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곳곳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이제 그만하라는 말에도 끈질기게 거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새로운 시기를 맞는 듯도 했다. 그리고 2022년 세월호 참사 이후 채 10년이 되기 전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가끔 생각해본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수많은 사람들을 잃은 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더 안전해졌을까? 더 불안해졌을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사건은 무엇으로 남아있을까. 거리에서 내가 만났던, 서명에 참여하고 함께 슬퍼하고 분노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10년을 맞았지만 아직 다 해명되지 못한 이 참사를 나는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무수한 생각을 하며 세월호 10년을 맞았고 우리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사람들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누군가는 이미 잊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제 좀 지친다고 할지도 모른다. 혹 그런 답을 듣게 되더라도 왜 잊었는지, 왜 지쳤는지를 물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올해 안녕독구말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기억을 만나려고 한다. 모두가 함께 공유했던 그 날의 기억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세월호를 통과하면서 달라진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지나서 마침내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안전한 사회를 꿈꿔볼 것이다.

처음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우리가 주로 활동하는 서울만이 아니라 또 하나의 지역에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는 한국 사회에서는 중요한 서사와 싸움마저도 서울로 귀결될 때가 있다. 하지만 분명 각 지역에서 경험한 10년의 시간은 다를 것이다. 모든 지역의 이야기를 다 들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서울의 목소리만 듣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고민했다.

순창을 잘 모르는 우리들의 제안을 기꺼이 수락하고 함께 준비해준 순창교육희망네트워크에 감사드린다. 319일부터 43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과 수요일 오전, 3회에 걸쳐 진행될 워크숍 이후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2014년과 2024, 서울과 순창의 이야기가 어떤 형태로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세월호와 이태원을 겪으며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안전한 사회를 다시 한 번 고민할 수 있게 해줄 거라 믿는다. 그리고 각자가 품어온 마음이, 그 이야기가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안녕독구말 : 서울에서 공동체도꼬마리를 통해 만난 글작가, 미술작가, 영상제작자 세 사람이 만든 기록집단입니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영상, 그림, 글로 기록하며 도시의 재개발, 주거, 소수자, 특히 수도권 중심의 비정상적인 사회질서에 고민을 안고 지역의 이야기를 찾아가 만나고 있습니다.

글쓴이 : ‘안녕독구말글작가, <우리지금이태원이야> 공동저자, 세월호 10주기에 만난 사람들 기록을 오마이뉴스에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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