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읍지’ 집필 소회
상태바
‘순창읍지’ 집필 소회
  • 림재호 편집위원
  • 승인 2024.03.12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22622순창읍지 발간 추진위원회가 발대식을 갖고 출범했다. 그동안 위원들은 기존 발행된 타 면지와는 다른, 전국 어느 향토지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명품 읍지발간을 목표로 자료를 수집하고 원고를 집필했다. 군과 읍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오는 54일 순창읍민의날에 차질 없이 배포하기 위해 위원들은 지금도 교정과 편집에 한창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라는 책이 있다. 춘추전국시대 말기 천하통일이 이루어지기 직전인 기원전 239년 중국 진나라 거상(巨商)이자 재상이었으며, 진시황의 실제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여불위(呂不韋)가 주도하여 편집한 백과사전 성격의 책이다. 그는 삼천 명에 달하는 자신의 논객과 식객을 동원해 춘추전국시대의 모든 사상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정치와 율령의 참고로 삼기 위해 이 책을 저술하게 했다. 26160편이다.

여불위는 그렇게 완성된 책을 진나라 수도였던 함양 저잣거리에 전시해 놓고 이 책에서 한 글자라도 더하거나 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천금을 주겠다라고 큰소리 쳤다. 이 때문에 일자천금’(一字千金)이라는 고사가 생겼다.

순창읍지집필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여불위의 여씨춘추를 생각했다. 감히 여불위와 같은 각오로 전국 어느 군지나 읍·면지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명품 읍지를 만들겠노라고 다짐했다. 순창읍 관련 여러 서적과 논문·신문기사를 참고해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순창읍 상황을 집대성하고자 했다.

그리고 여러 어르신과 선배들 증언,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려 20세기 후반 순창읍 모습을 재현하고자 했다.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읍민의 추억이 담긴 사진도 다량 확보했다.

순창읍지는 두 권으로 구성돼 있다. 1권은 사진으로 보는 순창읍이다. 순창읍 대표 건축물과 자연 풍경, 시대별 자취, 시장과 경천·순창이교(현 경천교) 등 정겹던 읍내 옛 모습, 일상생활 등 12가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 설명도 달았다.

2권은 역사·자연·마을·생활·문학·예술·학교 등 총 10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보았다. 두 권 모두 전면 컬러 인쇄이다. 읍민의날 이후에는 2015년 간행된 순창군지(디지털순창문화대전)처럼 디지털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1년 반 넘게 읍지를 집필하면서 새삼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제공된 여러 사진을 통해 어린 시절 가까이서 접했던 선배들에게는 새삼 반가움과 정겨움을 느낀다.

반면 변해버린 환경에서는 많은 아쉬움도 함께 하게 된다. 경천과 순창이교(현 경천교) 부근의 지금은 사라져버린, 여러 아름드리 나무들이 너무 아깝다. 귀래정·대모암과 함께 많은 읍민에게 사랑받던 금산저수지 주변 딸기밭과 지금은 황폐해진 헌납바위 주변도 안타깝다.

선현이 남긴 문화유산에서는 그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순창판소리는 논외로 하더라도 문학에서 대단한 발자취를 남긴 분들을 재발견하게 된 것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현제(玄齊) 선석렬(宣錫烈·19001976)과 송계(松溪) 노병권(盧秉權)이다.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쉽고 편리한 문자라는 평가를 받는 한글은 세종대왕이 창제했지만 띄어쓰기와 맞춤법 등을 정해 문자생활의 민주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들은 주시경 선생과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 회원들이다. 순창읍 출신 선석렬 선생도 조선어학회 출신이었다. 순창초등학교에 재직 중이던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으로 고초를 겪으면서도 우리말 연구를 끝없이 이어갔다.

그는 순창초·순창농림고·순창여중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우리말 연구에 평생을 바친 교육자이자 학자였으며, 또한 고려 초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우리 민족이 잊고 있던 향가(鄕歌)를 양주동 박사와 비슷한 시기에 연구한 선각자이기도 했다.

쌍치면 출신 송계 노병권은 제헌국회의원 노일환(장남)과 독립유공자 노국환(삼남) 부친으로 교육자이자 한학자였다. 석전 박한영, 육당 최남선, 위당 정인보 등 국내 명사들과 교유하며 많은 한시를 남겼다. 6.25전쟁 후에는 1만권이 넘는 서적이 비치되어 있던 쌍치 본가가 소실되자 여러 해 동안 순창읍에 기거하면서 <순창읍 팔경> 등 주옥같은 한시 수십 편을 남겼다. 송계 선생이 지은 순창읍 관련 한시는 전문가에게 의뢰해 순창읍지에 실을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