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웅]“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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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웅]“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 조재웅 기자
  • 승인 2024.04.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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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해서 큰 인기를 얻으며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황정민 주연의 <베테랑>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에서 형사인 배우 황정민은 뒷돈을 받고 기업의 문제를 감싸는 비리형사의 팔을 꺾으며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대사를 한다.

인터넷 어학사전을 보면, 가오는 (form)을 속되게 이르는 말, 대사의 의미를 보면 형사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으로 여기면 될 것 같다.

기자도 돈은 없지만 기자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이 있다. 기사로 타협하지 않고, 내 이익을 위해 취재하지 않는 다는 것은 기자의 최소한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기도 하다.

구정 연휴 이후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근하며 쓴 몇 번의 <기자수첩>을 두고 많은 말을 듣고 있고, 여러 겁박(?)으로 여겨지는 일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어쭙잖은 겁박에 겁먹을 것 같았다면, 진작 기자라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크게 신경 쓰지도 않는다. 대놓고는 말도 하지 못하면서 뒤에서 하는 얘기를 뭣 하러 신경 쓰겠는가. 그렇기에 대응도 하지 않았다.

기자를 하며 자주 느꼈던 거지만 니편’, ‘내편편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잘잘못의 기준이 나와의 친분이나 나의 이익으로 결정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최근의 이런 일들도 이런 문제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전 군수나 군정을 비판하면 전 군수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던 일부 사람에게는 니편이었다가, 현 군수나 군정을 비판하면 내편이 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기자의 기사가 자신의 입맛에 맞으면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하다가도 그렇지 않은 기사를 보고 나면 잘 하나 보자두고 보자는 식으로 바뀐다.

정작 기자는 단 한 번도 취재대상을 니편이나 내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기사의 보도 유무는 사안을 판단할 뿐,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최근 있었던 <기자수첩> 관련 일들로 신문사 앞에서 시위나 항의 등을 한다는 말을 전달해준 이들에게 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면 뭐든 원하는 대로 하시고 법적 검토도 받으시라고 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언젠가 한 번 얘기했듯 기사를 쓸 때 항상 기사에 대해 책임질 각오를 하고, 작성 후에도 여러 번 검토하고 확인한다. 그렇게 해도 실수할 수 있고,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는 것은 언론이라도 마찬가지며 기자로서 그 정도 책임감은 항상 갖고 있다.

바꿔 말하면 언론뿐 아니라 누구라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항상 책임질 각오를 해야 한다. <열린순창>이나 기자, 기자의 기사를 두고 정당한 비판이 아닌 뒷말과 없는 소문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그 정도 책임감을 갖고 있을까?

최근 좋아하는 선배와 술자리를 하며, 최근 일들과 관련해 선배가 너는 순창사람들이 다 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래도 너는 내 동생이고, 나는 니가 소신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선배가 말하는 순창사람이 모든 순창사람이 아니라 소위 기득권이나 토호라는 것을 안다. 그 말을 듣고 특별히 뭐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생각난 김에 대답하자면 형님, 저는 돈은 없지만 가오는 있습니다. 기자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과 자부심만큼은 잃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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