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골탑은 이제 대학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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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골탑은 이제 대학에 없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2.01.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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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새해 벽두부터 반갑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굶어죽은 소가 있으니 얼른 가보라는 제보에 황급히 카메라를 맸다.

현장은 황량했다. 얼마나 굶었는지 그 큰 덩치의 소가 피골이 상접한 채로 쓰러져있었다. 살아있는 소의 눈빛에는 총기가 없었다. 낯을 가리는 소였지만 먹을 것을 간절히 바라는지 사람이 다가가면 머리를 내밀었다. 그 소들 가운데 또 여섯 마리가 죽었다. 일부는 먹을 것을 내놔도 먹지 못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소는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더 이상은 감당이 안 돼 물밖에 못줬다는 농장주인의 말에 꼭 저래야 했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자는 정부가 소를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소를 판돈이 등록금 대신 사룟값으로 들어갔으니 축산농민 자녀 대부분은 진학 후 저축보다 학자금대출을 먼저 경험해야 할 처지가 됐다. 우골탑은 이제 대학에 없다.

농민들이 쟁기를 놓고 거리로 나오는 이유는 정책에 의해 빼앗긴 행복추구권을 되찾을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국민이면서 국가에 소외당한 이방인은 앞으로도 늘어날 테지만 여전히 현실은 ‘공산품 팔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문씨의 집에 도지사가 다녀간 뒤로 군 직원들은 대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꾸준히 그곳을 찾았다. 수의사가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모습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그대로였다. 한 달 이상 심지어 석 달을 못 먹어도 살 수 있을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소가 굶어 죽어 문제가 될 정도라면 지자체가 미리 알았어도 일부러 감췄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또 보도를 접한 농수산식품부가 지자체에 명을 내려 빨리 해결하라고 재촉했을 것이란 추측도 든다. 어지르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듯 뒤처리는 알아서 맡긴다는 엄포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1일 육우 수송아지 1000마리를 수매해 송아지 요리를 개발한다는 발표가 났다.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마당에 내놓은 대책 치고는 치졸함이 번뜩인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축산현실을 접하는 내내 느낀 갑갑함은 때로 짐이 되기도 했다. 하물며 농가의 답답함은 오죽하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자체로 행복해하던 그들의 눈가에는 미소가 사라지고 쓴 웃음만 남았다. 농민의 그늘을 걷어줄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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