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수영? 장구?… “우린 학교에서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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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수영? 장구?… “우린 학교에서 배워요”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2.02.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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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시간이 가까워오도록 뒹굴뒹굴 방에서 구르기만 하던 아이가 무슨 영문인지 깨우지도 않았는데 일어나 있다. 옷까지 다 챙겨 입고 지금 빨리 학교에 가야하니 밥부터 달란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며 보채는 아이의 모습에 ‘학교가면 뭔가 재미있는 걸 하는 것 같긴 한데, 도대체 무엇을 하기에 저러지?’ 궁금하다.

겨울방학, 실컷 늦잠 자고 집에서 빈둥빈둥 놀아도 되는 방학이 달라졌다.

면단위 작은 시골학교지만 다양한 교육 기회 마련
피아노·수영·태권도 교실운영…사교육비 안들어

긴긴 방학 아이들이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군내 초등학교마다 ‘겨울방학 연중 돌봄학교’를 운영 중이다. 각 학교별로 짜임새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유독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한 학교가 있다.

면단위 시골학교로 40명 남짓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작은 학교이지만 유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풍산초등학교(학교장 권오승) 돌봄교실’ 현장이다.

노란 통학버스가 마을 구석구석 작은 길을 뚫고 들어오자 마을 앞 승강장에서 삼삼오오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올라탔다. 작은 입에서 쏟아내는 아이들의 수다가 잦아들 쯤 학교에 도착했다.

독서실에 모인 아이들은 각자 책 한 권씩 꺼내들고 자리에 앉았다. 책읽기 삼매경에 빠진 20분 후. 1-2학년, 3-4학년, 5-6학년 세 반으로 나뉘어 피아노ㆍ영어ㆍ컴퓨터부 교실을 찾아갔다.

군내 초등학교마다 영어와 컴퓨터는 필수인 것처럼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별반 다를 게 없었지만 눈에 띈 것은 피아노부.

피아노실에는 아이들 각자 한 대의 피아노를 붙잡고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여러 대의 피아노가 마련되어 있고 아이들은 악보를 보며 배운 곡들을 신나게 연주했다.

면 단위 학교에 다니는 시골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서는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별도로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와 피아노 학원에 다녀야 한다. 학원 수강료에 버스비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위험하기도 한 게 사실. 이런 걱정들 때문에 쉽게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았다. 이 사정을 안 학교에서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피아노를 배우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학교 시간에 피아노교육을 시작했고, 겨울방학 돌봄교실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지금은 아이들 대부분 악보를 보며 스스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

3교시까지 수업을 마친 후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줄지어 학교버스 앞으로 모였다. 다 같이 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와 점심을 먹은 후 향한 곳은 학교가 아닌 수영장. 이곳에서 아이들은 매일 오후 수영 강습을 받으며 안전교육 및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수영법을 배우고 자유롭게 물놀이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맘껏 헤엄치고 물장구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오후 세시에야 집으로 향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이 같은 프로그램이 반복되고 목요일과 금요일은 시간표가 달라진다. 목ㆍ금요일 이틀은, 학교에 도착한 아이들이 한 시간 가량 독서를 마친 후에 1-3학년, 4-6학년 두 반으로 나뉘어 공예와 풍물을 배운다.

공예시간, 클레이ㆍ북아트ㆍ비누공예 등의 다양한 공예를 직접 체험해보고 작품을 만들어내면서 아이들은 집중력도 늘고 서툴렀던 처음에 비해 손재주도 많이 늘었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배우고 있는 풍물은 꽹과리, 장구, 북, 징 등 각자 악기 하나씩을 맡아서 구음을 따라 하고 상모돌리기도 배우며 전통악기, 전통음악에 대해 배우고 익혀가는 중이다.

졸업을 앞두고 매일 돌봄교실에 나가 유익한 시간을 보낸다는 김규성(풍산초 6년)군은 “솔직히 6학년들은 집에서 놀던지 학원에 다니며 다른 공부를 해도 된다. 하지만 학교에 나오면 피아노도 배우고 수영장도 가기 때문에 매일 학교에 나오고 있다”면서 “남은 방학동안 돌봄교실에 나와 조금이라도 더 피아노와 수영을 배우고 친구들, 선생님과 많은 추억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1일부터 3일까지에는 무주에서의 2박3일 스키캠프가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은 “스키를 탈 생각에 방학 내내 이 날만 기다려왔다”며 “빨리 캠프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풍산초등학교는 피아노, 수영, 공예, 풍물 등 소개한 프로그램 외에도 지난 해 화미합창, 삼고무 등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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