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을 위한 농협이라면 쇄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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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을 위한 농협이라면 쇄신해야 한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2.02.01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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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12월의 일이다. 순창농협은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우량벼 수매가격을 1가마에 4만원이라는 믿기 힘든 가격을 내놓았다. 공공비축미가 4만5000원이었다. 대의원들은 당연히 반발하며 3000원은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와중에는 농협 사정도 봐주자는 대의원도 여럿이었다. 결국 수매가격은 4만1000원으로 결정됐고 순창농협은 1등품을 내놓을 경우 2000원을 더 얹어주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농협은 또 2011년 우량벼 수매량 목표치 15만 가마를 제시했고 이 안은 통과됐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오판이었다. 쌀값이 계속 오르자 농협 수매 대신 상인거래가 부쩍 늘었다. 늘 배정량을 채우던 공공비축미도 힘들어질 정도였다. 순창농협의 목표치 15만 가마는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다. 농민들은 2011년의 순창농협 수매가격도 짜다고 생각했다. 순창농협은 이렇듯 농민 조합원에게 이익 되는 일에는 신중하고 소심하다는 조합원들의 비난에 용감하다. 농민조합원은 제 농협에서 싼 값에만 인수하려는 목숨 줄 같은 나락을 상인들에게 매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농민들의 소득 증진을 위해 애써야 할 농협은 회기결산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자 이 돈은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특별상여금으로 지급되려다 퇴짜를 맞았다. 이사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반발했고 전액 조합원에게 환원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조합장과 상임이사는 자신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특별상여금 지급을 관철시키려고 버티다 결국 이사회의 반대로 뜻을 접었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 이사회에서 돈의 향방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며칠 사이 조합원 명절 선물자금으로 뜬금없이 5000만원이 쓰였다. 이대식 조합장은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며 극구 부인하다가 마지못해 시인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돈이 나갔다. 부하 직원이 독단적으로 한 일이라 하더라도 조합 수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이 없다고 회피한다면 말도 아니다. 누군가 불을 뗐으니 연기가 나는 것 아닌가?

조합원을 위해 써야 할 돈에는 인색하면서 자신의 배불리는데 일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더구나 조합원을 위해 쓴 돈까지도 이사회 결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추궁을 모면하려고 어떤 경로로 쓰였는지도 모른다고 발뺌만 하는 조합장의 말에는 실소마저 나온다. 한 이사는 원래 1억7000만원을 써서 조합원 전 가구에 3만6000원짜리 선물을 보낼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대로 갔더라면 아마 대의원 중 몇 명은 생각을 바꿔 이 조합장의 ‘상임조합장 안’을 찬성했을 테다. 5000만원의 자금 사용 결정자를 두고 내홍을 겪는 순창농협이 이 문제를 풀려면 조합장이 책임지는 자세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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