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41) 옛사람의 마음과 눈으로, 우상에서 좌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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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41) 옛사람의 마음과 눈으로, 우상에서 좌하로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2.02.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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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오주석 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잡귀 잡신은 몰아내고 명과 복만 쳐 들이세!” “맘과 뜻 잡순대로 소원성취 발원하소서!” 요양원의 어르신들 앞에서 하는 보름굿은 감회가 새롭다. 귀 명창은 어디에든 있는 법이라 시작이 두렵지만, 자신들의 과거 삶속에서 생활의 일부이자 일상의 문화였던 풍물소리를 들으며 하염없이 울고 계시는 분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과거 민중들의 분출되는 힘에 가장 알맞은 표현양식이 풍물굿” 이었다는 설명도 있지만, 실내에서 내지르는 괭가리, 징, 장구, 북소리에 어르신들이 눈물을 보이는 것은 세월의 문을 두드리고 마음과 귀를 활짝 열어주시는 셈이다. 어르신들과 과거, 옛것이 없었다면 우리와 현재, 새로운 것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옛것에 대한 관심의 문을 열고 이 책속으로 한번 들어 가보자.

젊고 유능한 미술사학자 오주석교수는 불치의 병으로 49세에 생을 마감 하지만, 생전에 남긴 그의 저작들은 우리에게 한국 전통미술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눈뜨게 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그는 우선 한국의 전통미술에는 음양오행을 근간으로 하는 세계관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데 “음양오행은 철학 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있는 그대로이자, 상호 조화 내지 순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대적 배경으로는 조선시대가 성리학의 국가였고, 성리학은 백성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민본주의였으며, 그래서 목가구, 그릇, 등 무엇이든 조촐하게 만들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 첫째 국시라는 것을 주목하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은 아름다운 것 보다는 참 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였기에 “옛 그림에서는 손끝의 솜씨에 현혹되지 않고 그림 속에 깃들어있는 인간의 마음을 우선으로 하였다.”는 것이다. 옛날 선비가 초상을 그리는 이유는 학문과 수양 경륜을 보여주려고 그렸기 때문에 (그래서 노인의 초상이 많음) 심지어는 곰보며 검버섯 커다란 혹까지도 있는 그대로 그렸다고 설명한다.  패랭이 꽃은 청춘, 제비꽃은 만사여의, 고양이 그림은 70노인, 나비는 80노인, 참새는 벼슬, 이끼낀 돌맹이는 장수를 뜻하고, 우리나라의 호랑이는 입을 벌리고 위협하지 않으며, 과거에 합격하였더라도 권력 앞에 쭈뼛거리지 말고 제 모습 생긴대로 옆으로 모름지기 삐딱하게 걸으라며(단원의 ‘해탐노화도’) 게를 그리기도 한다.

미술관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은 어디에 있을까? 입구에 들어가면 정면으로 한눈에 척 보이는 곳에 있는 그림이다. 그리고 그림을 볼 때는 화폭의 대각선의 길이나 1.5배 정도 떨어져서 감상하라고 귀 뜸 해준다. 그러나 저자가 더욱 강조하여 전하는 말이 있다. 옛 그림의 감상에서 꼭 기억해야 할 원칙은 “옛 사람의 눈으로,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껴서 보아라”는 것이고,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감상하라”는 것이다. 옛 사람의 눈과 마음으로 보아야 시대가 보이고 그림에 갇혀 있던 이야기가 살아 나온다. 옛 그림은 글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우에서 좌로, 위에서 아래로 구도를 잡기 때문이다.

한국화의 거목이자 남종문인화의 마지막 거장이라 불리는 사람이 아산 조방원 화백이다. 옥과 ‘성륜사’ 옆에 자리한 ‘도립 전라남도 옥과 미술관’은 그가 평생 수집한 6,801점의 작품과 토지를 기증하여 조성된 곳이다. “그림 이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묵선의 경지에 이른 노 화백의 작품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가락 몇 개 더 넣으며 멋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참된 소리를 내는 풍물잽이가 나에게는 끝없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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