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하죽마을을 보살펴 주소서”
지난 2월 22일, 풍산면 하죽마을(이장 지용주) 주민들은 한 해 동안 마을을 잘 보살펴 달라고 비는 샘제를 함께 모셨다.(사진)아침 8시부터 모인 젊은 마을 청년들은 이장과 함께 두 시간에 걸쳐 우물의 물을 전부 품었다. 10시부터 텅 빈 우물 내부 청소를 시작했고 약 30분에 걸쳐 깨끗하게 청소를 마쳤다. 추운 날씨였지만 방송을 듣고 나온 청년들은 이장을 도와 함께 땀을 흘렸다.
예전부터 매년 음력 2월 1일이 되면 하죽마을 주민들은 함께 모여 샘제를 지내왔다. 마을의 우물이 하나뿐인 공동 취수원이었던 때에는 샘의 물이 잘 나오게 해달라고 비는 제사였지만 지금은 마을의 안녕을 빌며 드리는 제사로서 그 뜻을 이어가고 있다.
청년들이 우물을 청소하느라 바쁠 때 마을회관에서도 음식 장만을 하느라 분주했다. 부녀회에서는 우물 청소가 마무리되는 시간에 맞춰 과일과 시루떡 등의 제사음식을 차려내기 위해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드디어 샘제가 시작됐다. 주민들은 진심으로 마을의 안녕을 빌며 제사에 임했다.
한 주민은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그때는 샘제 한번 지내면 떡 한 조각 얻어먹으려고 우물가를 기웃거렸는데 세월이 벌써 이렇게 흘렀다. 그저 올해도 우리 마을에 웃는 일, 복된 일만 있게 잘 보살펴 달라고 빌었다”고 말했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샘제가 마무리되고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부녀회에서 준비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오랜만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모인 주민들은 바로 집에 돌아가지 않고 담소를 나누며 정다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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