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재(31) 인생을 운전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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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31) 인생을 운전하는 말
  • 박재근 고문
  • 승인 2012.03.01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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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심지문(口乃心之門) 수구불밀(守口不密) 설진진기(洩盡眞機) 당서심원묵(當棲心元   ) [채근담]

입은 마음의 문, 입을 잘 닫아 지키지 않으면 진기가 다 새어 나가니, 마땅히 마음이 침묵의 덕에서 살게 한다. 원(元)은 주역에서 만물을 생육하는 근원으로 보며 계절은 봄을 의미하고, 마음은 인(仁)을 의미 한다, 그래서 원묵(元  )을 침묵의 덕이라 한다, 입은 재앙을 만들기도 하고 복을 만들기도 한다. 입이 재앙이 아닌 복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마음이 복스러워야 한다. 복스러운 마음이란 모든 것을 포용한 넉넉한 마음으로 온갖 물을 가득 담고 있는 저수지 같은 마음이기도 하다. 작은 물이 모아지고 새어나가지 않으면 많은 물이 모아지어 물이 귀한 가뭄에 유용하게 쓸 수 있듯이, 말을 아껴 마음에 숙성시켜 모아두면 큰 마음의 저수지를 만들 수 있고, 마음의 저수지에는 인심이 모인다.

길인지사과(吉人之辭寡) 조인지사다(躁人之辭多) [역경]

착함으로 복을 만드는 사람은 말이 적고, 거칠고 성급한 사람은 말이 많다.

길인(吉人)은 남을 배려하기 때문에 남의 말을 즐겨 듣고 겸손하여 자기를 내 세우지 않으며 지혜롭기에 말을 아끼고 그 말은 달콤하지 않고 담담하다. 노자는 신언불미(信言不美)  미언불신(美言不信) 이라 하였으니 믿을만한 말은 달지 않고 달콤한 말은 믿을 만하지 않다는 말이다. 여기서 미(美)는 ‘맛나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길인은 탐욕을 부리지 않으며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부귀한 사람에게나 힘없고 비천한 사람을 똑같이 대우하며 검소하여 사치하지 않고 오직 인의(仁義)에 마음을 준다. 흔히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하지만, 길인이란 밝은 낮같이 숨김이 없어 속을 알 수 있는 사람이기에 이런 사람과 가까이 하면 도움은 많고 후회는 적다. 그래서 길인이라 한다.

반면 조인(躁人)은 조급하고 경박하며 수양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시세에 민감하고 이해타산에 예민하며 잇속을 챙기기 위해선 염치 불고한다. 잔재주가 뛰어난 약은 사람이나 깊은 지혜가 없기 때문에 말이 많은 만물박사이다. 옛글에 어다품소(語多品小)라 하였으니 곧 ‘말이 많은 사람은 인품이 보잘 것 없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은 거의가 말을 잘 옮겨 사람 사이를 이간시키며 쓸 말이 적다. 이런 사람을 대할 때는 말을 아껴야하니 나의 말이 왜곡되어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기에 다언대이불언(多言對而不言)이라 하였으니 말이 많은 사람을 대할 때는 가급적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복을 만드는 말은 이성에 의해 고요한 침묵 속에서 숙성 되어 나오기 때문에 지혜로운 사람은 수언장지(受言藏之)[시경] 곧 인생의 거울이 되는 좋은 말을 마음 깊이 간직하여 삶의 눈으로 삼는다. 마음이 다듬어지지 않으면 말이 거칠어진다. 하기에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마음을 바로 세운 다음 말을 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을 해야 할 때 하고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는 사람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말을 버리지 않는다. 상대가 흥미 없어 하는 말을 계속하는 건 말을 버리는 것이다.

언경즉초우(言輕則招憂) 말이 가벼우면 근심 걱정을 부른다. 말이 가벼운 것은 이성의 통제를 벗어나 감정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즉 감정이 재앙을 만들어낸다. 대화를 하다보면 미처 생각을 거르지 않고 순간순간의 감정에 말을 맡김으로서 화근을 만들어 낸다. 우리가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것은 상황에 따라 시시 때때로 변하는 감정을 믿고 휘둘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성이라고 불변 하는 건 아니다 . 세상을 보는 안목의 넓이와 깊이의 변화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눈이 달라진다. 감정이 입을 지배 하면 생각 없이 말하게 되고 기분이 기쁨에 취하면 해서는 안 될 약속이나 승낙을 하게하니 이러한 약점을 활용한 사람이 있어 술좌석을 이용하여 어려운 요청이나 부탁을 하고, 이러한 함정에 빠져 곤경을 자초하니 보증 같은 경우 순간의 실언이 폐가망신으로 이어지는 경우이다. 채근담에 불가승희이경락(不可乘喜而輕諾) ‘기쁨에 취해 경솔하게 허락해선 아니 된다’ 하였으니 바로 이런 경우이다. 또한 분노가 입을 지배하면 입은 도끼와 칼이 되어 상대를 상하게 하고 상처받은 상대의 말도 창과 칼이 되어 나를 찌르고 베어 나 또한 상처받아 괴로워하니 이리하여 가정에는 파국이오고 인간관계는 평화가 깨어지면서 우리의 일상을 우울하게 한다. 화가 나면 입을 밀봉하고 자리를 피하여 재앙을 예방하고 상대의 말속에 노기가 들어있으면 시비를 가리려 하지 말고 부드러운 말로서 수습하되 가급적 자리를 정리 하는 것이 현명하다. 분노중의 대화는 재앙만을 생산할 뿐이다.

글 : 박재근 전북흑염소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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