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의 효부ㆍ효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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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의 효부ㆍ효자를 만나다”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2.03.15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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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행상 수상자 7인

“내 부모 내가 모시는데 무엇이 칭찬받을 일이라고. 아참, 무슨 사진을 찍고 그러느냐.”

일곱 효자, 효부들을 만나며 들은 첫 마디는 바로 “싫다. 돌아가라”였다. “어머님, 아버님 같은 분들이 신문에 나고 사람들에게 소개되어야 순창이, 세상이 밝아지는 거 아니겠어요.”  수없이 설득하고 각 읍ㆍ면 노인회장님께 연락해 대동한 후에야 일곱의 효자, 효부는 말문을 열었다. 밥 많이 먹는다고 신문에 나느냐, 설거지 잘한다고 신문에 나느냐는 반문에 기자는 말문이 막혔다. ‘내 부모 내가 모시는 일이 신문에 날 일이나 되냐’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당연한 일이 당연시 되지 않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였다.

지난 9일 열린 대한노인회 순창군지회 제39회 정기총회에서 ‘효행상’을 받은 7명의 이웃을 찾아 그들의 삶을 들었다.

● 윤증호(78ㆍ순창읍 백산)

백산리 민속마을의 ‘노력하는 어른’으로 소문난 인물인 윤증호씨는 ‘민속마을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표지석을 민속마을에 기증해 본보에도 소개된 바 있다.

평소에 민속마을의 발전과 주민화합, 관광객 유치 등 마을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발로 뛰며 노력한다는 그는 효도를 받아야 할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효행상을 받았다.

“동네 앞에 비석이 놓인 뒤로 마을이 더 환해졌다. 1000만원이 넘는 돈이 든다는데 그걸 그 양반이 마을에 살면서 한 게 없다고 하면서 세워 놨다. 말이 쉽지 선뜻 마을 일에 발 벗고 나서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하며 추천한 이는 윤 씨를 자랑했다.

효행상을 받았는데 마을에 공로가 많은 분이 받는 상은 아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경로당을 찾으시는 어르신들을 얼마나 섬기는지 주민들의 칭찬이 자자하다”며 “그동안 마을에 세운 공적도 많이 있지만 본인도 대접받을 나이인데도 웃어른을 얼마나 공경하는지 모른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 김규례(68ㆍ팔덕 구항)

수북이 쌓인 장작이 반기는 시골집의 김규례ㆍ유남규(70) 부부는 귀향한 지 햇수로 3년이 되어간다. 여유롭게 노후를 즐기라는 자식들의 권유에도 부부는 어머니의 곁으로 왔다.

김씨는 “답답할 것 같던 시골생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를 곁에서 모시니 마음이 편하다. 곁에서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편 유씨는 “어머님이 스물넷에 혼자되어 평생 고생만 하셨다. 이제라도 옆에 있을 수 있어 감사하다. 내 맘과 같이 살아주는 아내가 너무 고맙다”고 했다.

김씨의 시어머니는 올해 87세로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부부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이나 효심을 키워가고 있었다.

김씨는 “뭐 잘한 게 있다고 상을 주고 이렇게 취재를 다 오고 그러는지…. 그저 어머니 생각하는 마음 하나로 내려온 그 결심이 기특하다 여겨 주신 상이라 여기고 앞으로 더 열심히 효도하겠다”고 말하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정오의 배고픔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신복순56ㆍ유등 건곡)

“하루 세끼 미음을 끓여 입에 떠 넣어드려요. 시부모 봉양하랴, 일 다니랴, 고생하죠.” 최재복 학촌노인회장은 신복순씨의 사연을 전하며 안타까워하면서도 칭찬을 했다.

신씨는 남편 최권용(64)씨와 함께 95세의 시어머님을 모시며 효도를 하는 소문난 효부다.

평소에는 시어머니 병수발을 드느라 하루가 가는 줄 모르고 지내다 가끔 딸이 찾아오는 날이면 시어머니를 딸에게 맡기고 읍내 식당으로 일을 나온다. 그렇게 생활비를 벌고 또 시간을 내어 구림에서 혼자 사시는 친정어머니를 찾는다. 딸만 둘이어서 누가 모실 형편이 못되어 혼자 지낸다는 어머니도 점점 쇠약해져 걱정이라고 했다. 자주 찾아뵙고 싶지만 몸이 하나라 일주일에 한 두 번 찾아 뵙는 게 전부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그늘 진 웃음이 비쳤다.

신씨는 “잘 한 것도 아닌데 상을 받아 쑥스러운데 무슨 사진까지 찍는가. 이런 사람도 신문에 나오는가”하고 말했다. 기자는 “그럼 누가 신문에 나와야하느냐”고 반문했다.

● 이미정(50ㆍ풍산 하죽)

5년 동안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를 간병하는 효부로 본보에 소개되었던 이미정씨는 하죽의 자랑이다. 현재 곁에서 모시고 있는 시어머니는 물론, 시아버지까지도 살아계실 때 지극정성으로 간병을 했다.

김형영(55)씨와 함께 아들 딸 둘을 낳고 살고 있는 이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를 모시며 복합영농을 하고 있다. 부부는 “자꾸 이렇게 신문에 나오니 오히려 창피하다. 내 부모 내가 모시는 당연한 일상이 이렇게 칭찬받을 일이고, 상 받을 일이고, 신문에 날 일이었나”하며 극구 인터뷰를 사양했다.

혼자 생활이 불가능한 시어머니를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도 더 많이 챙기는 이씨는 끼니때면 품에 안고 시어머니 식사를 챙기고 하루에도 열두번 살핀다. 집안일만 하는 것도 손이 모자라지만 1만 6000평의 논농사와 복분자, 고추 등 밭농사에 소도 키우고 있기 때문에 남편을 돕느라 하루가 바쁘다.

‘대단한 효부’라고 칭찬이 자자한 이씨는 그렇게 부지런하고 따뜻한 이웃이었다.

● 김진삼(44ㆍ금과 대각)

김진삼ㆍ정명자(42) 부부는 아들 셋을 키우며 부모님을 극진히 봉양하는 효자효부다.

김씨 부부를 만나기 위해 김영배 금과노인회장을 찾았다. 김회장은 ‘뇌수종 및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신체에 마비가 생겨 전혀 보행할 수 없는 어머니의 손과 발이 되어 정성껏 모시고 있다. 아버지 또한 거동이 불편하여 부부가 10여년이 넘도록 젊음을 바쳐 부모님을 봉양하고 있다’고 쓰여진 ‘효행상 추천서’를 보여주며 “며느리가 잘 해서 몇 년 전에 효행상을 받았는데 아들도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이번에 추천을 하게 되었다. 자세히 내막을 알고 보니 정말로 웃어른 공경도 잘하고 타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추천 동기를 전했다.

김 노인회장과 동행해 김씨의 부인 정명자씨를 만났다. 인터뷰를 피하던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자꾸 주목을 받아서 부끄럽다. 남편도 이렇게 상을 받아 몸 둘 바를 몰라한다”며 “앞으로 더욱 더 열심히 부모님을 모시며 살겠다”고 말했다.

● 염준희(39ㆍ동계 관전)

염준희씨는 젊은 나이에 귀농해 시부모님을 모시며 알뜰하게 살림을 하고 있는 막내며느리다. 남편 양권섭(42)씨와 네 자녀를 낳고 살며 농사도 많이 짓는 그는 효심 가득한 며느리이자 착한 아내, 그리고 좋은 엄마다. 3대가 살고 있는 대가족의 어엿한 안방마님으로 젊음을 가족과 부대끼며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다.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염씨 부부는 무릎관절이 좋지 않은 시어머니와 척추 협착증으로 15년간 고생하고 계신 시아버지를 보살피는 효심 가득한 젊은 부부로 이미 동네에 소문이 나 있었다.

김주곤 동계노인회장은 “집에 농기구도 다 있고 벼농사에 매실 등 농사도 많이 짓고 있다. 농사일도 바쁜데 집안에 어른이 두 분 계시고 또 아이들도 넷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보고 배워야 할 점이 많은 부부다”라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부부는 “앞으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부모님이 옆에 계실 때 성심성의껏 모시고 살 것이다”고 다짐했다.
 

● 한재경(48ㆍ적성 지북)

“큰며느리도 아니고 작은 며느린데 시부모님을 그렇게 잘 모신다. 무릎이 안 좋은 시어머니가 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고 들었다. 부녀회 활동도 열심이고 동네 어르신들한테도 얼마나 잘하는지 동네에 칭찬이 자자하다”는 유승규 적성노인회장의 말을 듣고 수소문하여 찾은 한재경씨는 기자에게는 차가운 효부였다.

“저는 신문에 나오는 거 싫고요, 이만 전화 끊겠습니다.” 한씨의 짧은 대답이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를 할 수 없었다. 남편 양해철(52)씨는 “아내가 싫어해요. 뭐 대단한 일 했다고 신문에 나오냐고.” 미안해했다. 부부의 얼굴은 물론, 그 마음까지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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