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세상, 지지할 정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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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세상, 지지할 정당이 없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2.04.2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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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빈부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중산층이 줄어드는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을 ‘저소득층’이나 ‘노동자’ 대신 ‘중산층’이라고 불러주길 바란다. 대부분의 정당들도 특정 계층을 지칭하기보다는 뭉뚱그려 ‘국민’을 대변한다고 말한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강남의 부유층과 그 식솔들도 새누리당에 그다지 호감을 갖고 있진 않지만 가족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지지한다고 전해진다. 공단지역의 노동자들은 예전보다는 훨씬 전통적인 지역 정서에서는 벗어났지만 노동자 정당과는 접점이 없거나 정치에 무관심하다.

‘아이엠에프(IMF) 이후 세대’의 꿈틀거림도 한나라당(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부자들의 식솔들과는 무관한 얘기였다. 그들은 1997년도 당시 한국 사회의 암울함과는 동떨어진 세상에 살았다. 그들의 지위는 변함이 없었다. 신문과 방송은 “나라를 구하자”며 대대적으로 일어난 ‘금 모으기 운동’을 앞 다퉈 보도하며 장롱에 넣어뒀던 예물까지 내놓는 유별난 애국심을 칭송했지만 그들은 “사람들이 참 순진하다”며 동참하지 않았다. 그들의 식솔도 마찬가지였다. ‘절망의 20대’라는 취업난도 그들과는 다른 세상이야기였다. 그들은 공공연하게 “주변에 직업이 없어서 밥 굶는 사람은 없더라. 사회 현상일 뿐 내 문제는 아니다”며 은근히 ‘사회 상류층’이란 사실을 자랑했다.

한 노동자의 기막힌 이야기다. 지난해 토요일과 일요일을 합친 102일 중 그 노동자가 쉰 주말은 40일 정도였다. 정해진 퇴근시각은 오후 5시30분이지만 저녁 8시를 넘기기가 일쑤다. 새벽 4시까지 밤새 일한 적도 많다. 최저임금만 주는 야근수당을 포함해도 연봉은 2100만원이다. 그는 가스충전소에서 일하며 한 달에 120만원을 버는 아버지와 식당에서 80만원을 받는 어머니에게 등록금을 내어달라고 할 엄두가 나지 않아 대학에 가지 않았다. 그러나 삶이 무미건조해져 생각이 많아졌고 잠이 줄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어보았으나 곧 포기했다. 마음에 담아두면 생활만 망칠 것 같아서. 그는 무엇보다 일요일만큼은 쉬게 해달라고 절규한다.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날치기로 정치권에 대한 분노가 배가 된 이들이 많다. 그들은 “에프티에이가 시행되면 국가는 더 발전할지 몰라도 부자들만 이익을 보고 노동자들은 살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지지하는 정당이 민주당이었던 그들 중에는 노무현과 민주당 정부가 문제의 한미 에프티에이를 시작했고, 그 정부가 노동자를 가장 많이 구속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진보당을 지지할 생각도 있었지만 그 당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른다”며 “노무현 정부에서 에프티에이를 추진했지만, 고향사람 정동영 의원이 잘못을 반성했으니까 일단 지켜봐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날치기 전횡을 저질러도 민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뿐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며 그래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단다. 또 “지난해 국회의원 평생 연금법 통과에 민주노동당이 찬성한 것을 보고, 이젠 진보정당까지 불신하게 됐다. 그래도 일단 새누리당을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이번 총선에 임했다고 고백했다.

지역에 흔치 않은 젊은 층인 그는 정치인들은 늘 국가(지역) 경제와 국가(지역) 발전만 얘기하지만 자신은 무관하다고 느낀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아직 지지 정당도 없고 선거해봤자 뭐하나 싶다. 정치를 보면 결국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만 내놓고 진보정당도 노동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힘이 없게 보여 스스로 실력을 키워서 좋은 직장으로 찾는 것이 제일 좋은 수”라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박원순을, 안철수를 지지하고 ‘전혀 다른 개념의 정치인’의 등장을 기대하며 기성 정치인을 혐오하는 것일까? 노동자와 서민의 정치적 각성이 진보세력을 진보정당이 지지하는 그 날이 지역에도 국가에도 희망이 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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