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업(4)/ ‘잘 썩은 거름없이 친환경농사도 없다’
상태바
자연농업(4)/ ‘잘 썩은 거름없이 친환경농사도 없다’
  • 이선형 회장
  • 승인 2010.08.06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이선형 순창자연농업연구회장

요즘 같은 장마철이나 집중호우가 있을 때면, 간혹 축산폐수를 무단방류하는 축산농가들이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민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경상도지역의 양돈농가들은 축산폐수를 주로 해양에 투기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왔는데, 그것이 2012년부터 금지된다고 하여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축산분뇨는 경작지를 살찌우는 귀한 존재가 아니라 환경을 오염시키고 악취를 발생시키는 오염물질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인분도 마찬가지이다. 70년대 까지만 해도 밭 한쪽에 인분구덩이가 있어서 하천에 버려짐 없이 훌륭한 거름 구실을 하였고, ‘재거름’이라 하여 인분과 아궁이의 재가 버무려진 거름은 최상급의 거름대접을 받았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인분구덩이에서 피어나던 향기롭지 않은 냄새나 뛰어놀다가 구덩이에 발이 빠졌던 유쾌하지 못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70년대까지 논밭의 주요 거름원이 되었던 축산분뇨나 인분은 눈처럼 하얀 요소비료나 복합비료로 대체되었다. 학교에서는 인분을 거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생충에 감염된다고 가르쳤고 화학비료의 생산량 증가가 일류선진국가로 가는 척도인 것처럼 아이들에계 주지시켰다. 박정희정권의 중화학공업 우선정책과 비료에 대한 정부보조금정책으로 값싼 화학비료가 흘러넘치게 되었고 그 결과 수 천 년을 이어져온 순환농법의 전통이 단절된 것이다.

화학비료의 사용량은 농약의 사용량과 상호비례관계에 있다. 순환농업의 전통이 깨지면서 토양비옥도를 나타내는 토양 내 유기물 함량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되었고, 유기물을 먹이로 하며 생존하고 있는 미생물이나 지렁이 등도 그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 이처럼 화학비료의 남용으로 토양의 건강상태가 계속 악화되어 왔는데 그 땅에 심은 작물인들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겠는가? 당연히 작물들에 병이 많아지고 역시 화학적인 농약의 사용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축산분뇨와 인분을 땅의 먹이로 되돌리지 않고 친환경농업은 존재할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확실히 해두고자 한다.

그렇다면 축분과 인분도 모두 좋은 거름이 될 수 있는가? 항생제와 동물용 약품사용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충분히 발효시키지 않은 축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대량 밀식사육을 기본으로 하는 공장형 축사에서 나온 축분은 수분이 많은 상태에서 몇 년을 보관해도 제대로 발효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거친 풀이나 톱밥 등의 수분 조절재와 산 속 부엽토(토착미생물)를 넣어서 자주 뒤집어주어야 한다.

가장 좋은 거름은 다양한 풀만으로 충분히 썩힌 것이다. 구례군의 산동오이가 유명한데 그 비결은 인근에 있는 지리산에서 산야초를 충분히 채취하여 퇴비로 만들기 때문이라 한다. 한여름에 작목반원들이 합숙을 하며 산더미만큼의 풀을 베어 이용하는데 연작장애도 없이 마디마다 상품성이 뛰어난 오이를 생산한다고 한다. 친환경 딸기생산으로 유명한 인계면의 황병하씨도 여름철 하우스에 나락을 심어 퇴비로 활용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한다.

펄벅 여사의 소설인「대지」를 보면 주인공이 새벽부터 거리로 나가 소똥, 말똥을 주워와서 거름으로 이용한다는 애기가 나오는데, 요즘 세상에 이렇게까지는 못한다 해도 좋은 거름에 대한 욕심은 이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신씨 어르신이 계셨는데 경운기로 거름을 내면서 바퀴에 낀 거름 한조각 조차도 아까워서 일일이 손으로 때어내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농사꾼은 굶어 죽으면서도 씨앗을 간직한다는 말이 있는데 옛 어르신들이 보여주신 집착과 애정도 역시 수 천 년의 농경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 생각되며 그 귀한 모습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