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울려 퍼지는 경쾌한 음악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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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울려 퍼지는 경쾌한 음악선율
  • 정기애 기자
  • 승인 2012.05.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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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면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나’

매주 월ㆍ금요일 오후 시간이 되면 인계초등학교 강당에서는 아이들의 반주와 그에 맞춰서 부르는 노래 소리가 맑게 퍼진다.

‘시골 아이들일수록 다양한 분야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정동화 교장의 생각으로 밴드가 결성된 건 올해 4월이었지만, 그 시점은 지난해 7월 이 학교 임형기 교사의 결혼식에서부터 출발했다. 결혼식 당시 임형기 교사가 신부에게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주는 것을 본 정 교장은 ‘그래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는 교과수업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뜨거운 열정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정 교장이 임형기 교사의 기타 솜씨와 노래 실력에 반해 학생들의 방과 후 수업으로 밴드를 제안한 것이다.

정 교장은 “시골에 있는 아이들이라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능력이 있는 교사가 있을 때 해볼 수 있는 것을 해보자”며 “조금 무리가 따르더라도 악기 구입 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몇 년째 직장인 밴드팀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임형기 교사는 정 교장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밴드부를 결성해 노래 편곡도 직접 하면서 지도를 하게 됐다.

임형기 교사는 학교 강당의 조그마한 무대에 밴드를 하는데 필요한 갖가지 악기를 구입하고 5ㆍ6학년 대상으로 밴드부원도 모집했다.

“초등학생들이기 때문에 음악을 잘하고 못하고는 상관이 없습니다. 코드와 악보 보는 법 등 기초부터 가르쳐 나가는데 힘들어도 발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죠. 특히 음악이란 평생 동안 즐길 수 있는 것이니 취미로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보컬(1), 일렉기타(2), 베이스기타(2), 드럼(1), 건반(2) 등 8명으로 이루어진 인계초 밴드부 ‘리틀 윙’이 탄생한 것이다. 학생들은 방과 후 수업과 연계해서 일주일에 3시간 정도 연습을 하고 있다.

“리틀윙의 멋진 공연 기대해 주세요”

교회에서 반주를 하는 아빠한테 드럼을 배운 적이 있는 이경수(5년ㆍ드럼) 학생은 스틱을 잡고 신나게 드럼을 치면 스트레스도 풀렸고 나중에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 할 때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어서 키보드를 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박수진(5년ㆍ키보드) 학생은 소녀시대의 유닛그룹인 ‘태티서’의 팬이라며 가수가 꿈이다. 신동수(5년ㆍ베이스 기타) 학생은 “지금은 베이스 기타를 담당하고 있지만 나중에 드럼도 배우고 싶다”며 악기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였다.

꾸미는걸 좋아해서 헤어 디자이너가 꿈이라는 김은혜(5년ㆍ일렉기타) 학생은 “처음엔 밴드를 한다고 해서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쉽게 가르쳐 주어 기타를 치는 게 갈수록 재미있다”고 얘기했다.

리틀윙은 시골 벽지에서 사교육 한번 받지 않은 초등학생들이 밴드부를 만들어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인계초 밴드부 학생들은 연습을 거쳐 올 하반기에 멋진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산골마을 작은 학교 학생들의 몸짓이 음악에 실려 세상에 울려퍼질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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