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한 국가유공자 이용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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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한 국가유공자 이용재 씨
  • 윤덕환 기자
  • 승인 2012.06.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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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살아 남아 늦장가 가 육남매 키웠제”

▲ 백마고지에 참전한 국가유공자 이용재씨

▲ 국군9사단(당시 사단장 김종오 장군)과 중국인민해방군과의 치열한 전투를 벌인 백마고지(395고지)-1952.10

▲ 적성면 도왕마을은 1950년대의 모습을 간직한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흙집과 돌담 그리고 담쟁이가 얼기설기 감싸 안은 모습이 마치 1950년대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옛 모습을 간직하는 곳이 있다.

영화 작은연못의 촬영지였던 적성면 석산리 도왕(都王)마을이 바로 그 곳이다. 영화 작은연못은 한국전쟁 당시 노근리 사건을 최초로 다룬 영화로 2010년에 개봉되었다.

짐작했던 대로 버스는 다닐 수 없는 곳이었다. 거리상으론 순창읍내와 그리 멀지 않지만 진입도로가 매우 열악하여 마을까지 들어가기가 매우 까다로운 곳이다. 차한대 겨우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따라 들어가 보면 첩첩산중을 굽이굽이 돌아 산속 깊이 들어온 듯 착각이 들 정도이다. 도왕마을은 현재는 7가구 15여명이 살고 있다.  

이곳에 사는 이용재(85·석산 도왕)씨는 6·25전쟁 사상 가장 치열했다고 전해지는 백마고지 전투에 참전하여 현재 국가유공자 예우를 받고 있다.  

백마고지는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북서쪽으로 약 12킬로미터(km) 지점에 있는 해발 395미터(m)의 고지로서 군사적 관례에 따라 395고지라고도 한다. 6·25전쟁 때 국군과 중공군이 이 고지를 차지하기 위하여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심한 포격으로 산등성이가 허옇게 벗겨져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백마(白馬)가 쓰러져 누운 듯한 형상을 하였으므로 ‘백마고지’라고 부르게 되었다.

1952년 10월 6일에서 10월 15일까지 열흘간 24차례나 주인이 바뀔 정도로 혈전을 치른 끝에 제9사단이 중공군을 격퇴하고 승리하였다. 이 전투에서 아군은 21만 9954발의 포탄을, 중공군은 5만 5000발의 포탄을 발사한 것으로 기록된다. 중공군은 1만여 명이 사상자 또는 포로가 되었고 제38군은 막대한 타격을 입고 후방으로 물러났다. 제9사단도 34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으며, 이 전투의 승리로 백마부대로 불리게 되었다.

모순되게도 6.25전쟁 당시 이 씨의 고향은 인민군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치열했던 전장과 달리 평화롭고 조용했던 도왕마을이 매우 대조된다.  

참혹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 싫은 듯 나지막하게 말문을 연 이씨는 “그곳은 피말리는 전쟁터였는데 이곳은 인공때 인민군이 아예 들어오지 않았을 정도로 산골 마을이었다”며 “운 좋게 살아남아 35살에 군에서 제대해서 뒤늦게 장가를 갔는데 그 후 6남매를 낳아 키웠다”라고 말했다.

50년간 이씨의 곁을 지킨 김귀네(84·석산 도왕)씨는 “시집와서 고생 많이 했다. 옛날에는 길도 좁고 험해서 소달구지 하나 간신히 다닐 정도였다”며 “요즘은 병원에 자주 다니는 편인데 차가없어 택시를 불러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다리와 허리가 아파 한 달에 10번 넘게 병원을 다닌다는 김씨는 “택시를 한번 부를 때마다  평균 3만원 가까이 나오는데 자식들이 주는 용돈이 거의 택시비로 나간다”며 “군에서 이런 골짜기 사는 노인네들한테 택시비나 교통비 좀 지원해 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기자 양반이 군청에 얘기 좀 잘 해줘. 나이 들어 오토바이도 못타고 더군다나 길도 나쁘고 나이도 들어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심정을 밝혔다.

인계면 지산마을 주민들처럼 서너 명이 모여 택시를 이용하면 그나마 교통비가 덜 들지만 이곳은 주민수가 적어 그마저도 힘든 실정이다. 도왕마을과 같은 교통여건이 열악한 지역 주민들의 생활개선을 위한 복지정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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