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보릿고랑 사이로
시큼한 쇠똥 썩은 내음이
송화바람에 날리면
무명베 한 자 남짓 땀 찌든
머리띠 질끈 동여 메고
떡갈잎 나풀대며 산등성이 내려오면
손잽싼 장정들의 박장대소는
어찌그리도 정겨웠던지
한 알의 피로 회복제인들 이만했을고
겨우내 채워둔 괌독의 물거리 단들
덕장 황태들만큼 야무지게 말랐으리
한 단 한 단 곱스레 빼어다
아궁이에 지피면
싱그런 봄 익는 냄새에 취한 누렁이는
큰 눈 꿈벅거리며 침을 좔좔흘렸다
안 부엌 솥뚜껑에 김 오르면
회가 동하는 소리 꼬르륵 꼬르륵
어느새 두 손은 허리띠를 졸랐지
누님이 캐어오신 봄나물에
어머니 손맛이 어우러져
한 양푼 가득이 비벼
온가족
정으로 배를 불리던 시절은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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