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여행(4)/ 판소리에 담긴 음양의 조화
상태바
판소리여행(4)/ 판소리에 담긴 음양의 조화
  • 양병완 편집위원
  • 승인 2012.06.05 1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병완의 판소리 여행

멋들어진 소리, 음과 양의 섞임

바람에는 양풍(陽風)과 음풍(陰風)이 있다. 인간이 느끼는 양풍은 산들바람처럼 포근하고 엔도르핀이 생성,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음풍은 느끼는 순간부터 소름이 끼치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나무도 음양이 있다. 침엽수인 소나무는 양에 해당되고 단풍나무는 음에 해당한다. 물도 움직이면서 흐르는 물은 양, 정지하고 있는 물은 음으로 구분할 수 있다. 땅에도 양지와 음지가 있다. 동서남북의 방위를 보면 사람이 집을 짓고 살기 좋은 장소는 거의가 양지임에 틀림없다. 음지는 죽은 사람이 묻히게 되는 혈처와 봉분이 만들어지는 땅이 해당된다.

꽹과리에도 암수가 있어서 치는 타법과 울림이 매우 다양하다. 장구도 우측 열채소리와 왼쪽 궁채소리로 나뉘어 타법에 따라 소리와 울림이 다르다. 징과 북도 마찬가지다. 흐드러진 굿거리 춤사위 장단과 빠른 휘모리 장단이 현저하게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모든 사물은 음과 양이 존재한다. 판소리도 마찬가지다. 애처로운 계면조는 음에 해당하고 씩씩한 우조는 양으로 볼 수 있다. 절제와 넘침, 환희와 슬픔이 잘 어우러져 음과 양의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춘향가에 담긴 음양의 조화

유명한 판소리 중 춘향가. 춘향가는 남원을 배경으로 춘향과 몽룡의 신분을 뛰어 넘은 사랑에 대해 노래한 것이다.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춘향과 몽룡이 백년가약을 맺지만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하게 되고 남원에 새로 부임한 사또의 수청 요구에 춘향은 죽음을 불사하고 거절한다. 이에 옥고를 치르던 춘향 앞에 과거에 급제하여 나타난 몽룡이 춘향을 구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내용의 소리로 음악적ㆍ문학적으로 아주 빼어난 작품으로 꼽히는데 이 속에는 음과 양의 적절한 조화가 숨어있다.

춘향가 중 ‘적성가’는 몽룡이 광한루의 경치를 보며 사나이의 부푼 마음과 뜻을 한가로이 노래하는 부분으로 단호하게 절제된 ‘우조’로 부른다. ‘사랑가’ 부분도 마찬가지로 몽룡과 춘향이 약혼을 하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노래한 부분인데 한가롭고 구수한 느낌, ‘양’에 해당한다. 몽룡이 과거에 급제하여 행진하는 부분인 ‘과거장’, 몽룡이 어사로 출두하여 변학도의 생일잔치에 나타나는 부분인 ‘어사출도’도 씩씩한 우조인 양에 포함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씩씩하고 당찬 남성적인 소리만 이어진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춘향과 몽룡이 이별하게 되어 슬픈 마음을 노래한 부분인 ‘이별가’는 느린 진양장단에 ‘계면조’로 되어있다. 춘향과 월매가 통곡을 하며 애원하는 부분은 ‘음’의 느낌을 진하게 풍겨 슬픔과 애절한 느낌을 받는다. 또한 춘향이 옥에 갇혀 매를 맞으며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옥중가’도 슬프고 어두운 계면조, 다시 말해 ‘음’에 해당한다.

이처럼 판소리에는 박진감 넘치는 긴박한 분위기로 사람을 긴장하게 했다가 뚝 떨어뜨려 애간장을 녹이기도 하고 또 다시 신나는 분위기를 이끌다가 애절한 소리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음양의 조화’가 적절하게 담겨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