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은 세상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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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세상에서 산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2.06.19 20: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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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을 날려버리는 단비 소식에 애 태웠는데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마감에 다급하나 졸음을 쫓기 위해 텔레비전을 켰다. 요즘 신문과 방송, 인터넷까지 ‘몰입도’ 최고라며 앞 다투어 칭찬하는 드라마 <추적자>가 방영 중이었다.

‘호스트바 출신의 잘나가는 아이돌 가수, 그 아이돌 스타의 정부이자 스폰서인 재벌 집 딸, 목표를 위해선 아내의 불륜은 물론 여학생의 죽음조차 이용하는 정치인, 그런 정치인을 사위로 둔 재벌 총수의 권력 남용, 돈과 권력 앞에 머리를 숙이는 대법관 출신의 유명 변호사와 검찰, 진실을 거부하며 여론을 왜곡 호도하는 언론 등 이른바 ‘권력 묶음’과 수십억원 현금에 눈이 멀어 친구의 딸을 죽이는 의사까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한국 사회의 또 다른 형상이다. 이들 앞에선 탄원서를 외면하는 교권과 연예인을 신봉하는 무지한(?) 팬 등이 오히려 애처로울 지경이다. 한국사회의 부패와 비리, 부정과 불의를 집대성한 듯 적나라하게 까발린 탄탄한 스토리와 농익은 연기자들 덕분에 흥미진진하고 한편 심각해지는 드라마 <추적자>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추적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갑자기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자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세상과 맞서 싸우는 소시민(강력계 형사)이 무변광대한 권력과 싸우는 드라마다.

<추적자>에서 권력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 사실이 자신의 야심(대권)에 치명타를 입게 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이미 저지른 범죄를 덮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세상에 노출시키지 않는 치밀함을 보이며 새로운 희생(자)을 양산한다.

현실을 어떤가? 드라마 속의 전전긍긍하는 모습과는 달리 현실 정치와 사회에서의 권력자는 이미 수많은 범죄사실과 비리혐의가 밝혀졌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세상에 노출된 적 없는 자신의 범죄행위와 비리에 전전긍긍하는 드라마 속 권력자와는 달리 이미 밝혀진 자신의 비리와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일말의 반성도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현존하는 권력가들. 그래서 현실이 드라마보다 수백만배 더 추악하게 보인다.

“큰 마차가 먼 길을 가다보면 깔려죽는 벌레가 있기 마련이지.”

자신의 이익과 야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남의 소소한 꿈 따윈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을 수 있는 그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정의로운 사회ㆍ공정한 사회 구현’을 외쳐댄다. 지난 군사독재시대에서도 ‘문민민주시대’라는 요즘도. 이 드라마에서 우리는 정도는 다르지만 현실에서 쉬 볼 수 있는 일이라는 분노와 슬픔을 떨쳐낼 수 없다. 이 같은 분노와 찝찝함, 불편함은 드라마의 충분한 현실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어느 평론가는 이 드라마의 장점 중 하나로 ‘이야기의 현실성’을 꼽았다.

전화 한 통이면 자신에게 불리한 어떤 진실도 간단히 은폐할 수 있는 거대 권력 앞에 맨주먹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소시민 아버지의 처절한 고군분투가 남의 일 같지 않고,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억울함과 분노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 특히 지도층의 부도덕함을 그려낸 <추적자>는 매우 불편한 드라마다. 보면 볼수록 찝찝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 영화 <부당거래> <부러진 화살> <도가니>를 동시에 보는 듯하다. 분노가 치밀고 슬픔이 밀려 온다.

이 드라마에서 서울 여의도 63빌딩이 60층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실제 지상 60층, 지하 3층으로 돼있고 지상과 지하를 합쳐 ‘63빌딩’이란 명칭이 붙여졌다니 감추려고 한 진실이 아닌데도 알고 나니 개운 한 것처럼 우리 사회의 감춰진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면 그 쾌감은 어떠할까. 보이는 것과 진실은 다르다는 것, 바른 권력자로 보이지만 사실은 악인과 같은 상황이 숨겨져 있다는 진실에 한없이 두렵다.

권력 앞에서 한 가정이 힘없이 무너졌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악랄한 권력과 맞서는 아버지의 진실을 향한 추적이 거듭될수록 드러나는 진실과 그 진실이 수반하는 고통과 희생은 양산될 것이다. 불편한 진실을 밝히려는 추적자와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우리들. 그래서 드라마 추적자를 보는 것이 힘겹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와 관계없이 득세하는 이 ‘끔찍한 세상’을 감내해야 하는 우리들. 드라마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자조와 함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하기엔 현실은 너무 암울하고 ‘현실성’은 너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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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무 2012-06-20 00:31:21
당신은 파수꾼
진실을 드러내는 파수꾼
썩은 물을 생명수로 바꾸려는 파수꾼

파수꾼이 존재하기에
세상은 정화되어
만민이 감로수를 마시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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