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 꽃 피면 놀러오라고 꼭 놀러오라고 형부의 쓸쓸한 낯빛을 뒤로 하고
개망초 하얀 꽃이 전염병처럼 번지던 그 길
바람 불던 깊은 밤 전화벨소리는 어둠의 등을 할퀴듯 울려 퍼졌지
형부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벨소리의 기억은 아직도 가슴 저릿하게 다가와
정물화처럼 그려져 있는 형부 영정 앞에서 소리 없는 통곡이 차라리
큰 슬픔을 대신할 듯 싶었어
죽음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계초침이 움직이며 서서히 다가오는 것
형부는 봄꽃처럼 그렇게 떠나갔고
형부가 보내온 청매실은 항아리에서 누렇게 익어가고 있는데
언니 홀로 있는 앞마당엔 덩그러니 키 자란 여린 은행잎위로
형부의 한줌 넋은
별들 되어
별빛정원을 이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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