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오ㆍ오화순 부부 “나의 반쪽이 되어준 당신,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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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오ㆍ오화순 부부 “나의 반쪽이 되어준 당신, 고맙소”
  • 김민성 기자
  • 승인 2010.08.07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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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강성오 사장은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쏟아냈다.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야했던 설움이 복받쳐 올라온듯 했다. “결혼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이도 낳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저 사람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책임지고 살아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그런데…” 밖을 보니 신기하게도 7월 마른 하늘에 비가 내렸다. 누구나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산다고 한다. 장애인의 삶에 그만 아파했으면 좋겠다. 나의 반쪽으로 살아가는 강성오(58) • 오화순(48) 부부를 만나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자.

- 착하게 살아가는 장애인 부부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해서 불편한 몸이 되었는지요.

▲ 착하게 살아가는 부부라구요 쑥스럽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편입니다. 집사람은 선천성 소아마비이구요. 저는 엉금엉금 기어다닐때 여름날 모깃불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집사람은 지체 장애 3급, 저는 2급입니다. 불편한 몸이지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지만 그래도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 어찌 한마디로 말할 수 있겠습니까. 같이 술을 먹고 만취해도 정상인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우리 같은 장애인들은 욕을 먹습니다. 똑같은 일을 해도 이렇게 편견속에서 살아갑니다. 단적인 예로 1992년 순창 장애인협회 일을 시작하면서 사무실을 얻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집 가격이 떨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참 속상했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언론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우리같은 장애인들도 열심히만 살아가면 흉되는 세상은 아닌 것 같아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아이들을 보면 제일 무섭습니다. 나도 모르게 손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갑니다.

 

- 방금 말씀하신 장애인 일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장애인연합회장을 오랫동안 맡으셨지요.

▲ 1992년부터 2004년까지 12년 동안 맡았습니다. 인계에서 살 때인데 ‘순창장애인을 대변할 일을 맡으면 어떻겠냐’는 주위의 권유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습니다. 장애인 사무실이라고 꺼려 사무실을 마련하는데 수개월이 걸렸습니다. 군청에서 도움을 줬지만 임대로와 간사 인건비 전기, 전화비를 내는데도 빠듯했습니다. 운영비는 제가 도장을 파서 대고 장애인의 날에 걷힌 후원비, 연하장 판매 등으로 충당했습니다. 수년동안 이렇게 했지만 이 기간중에 장애인인회관(노인회관과 공동) 건립 기금을 마련하고 장애인후원회를 결성,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장애인 후원회는 이태형 목사 중심으로 시작해 초기 7∼8명이던 운영위원이 지금은 30명이 넘습니다. 그 동안 후원자도 많이 늘었습니다. 이 자리를 밀어 각 읍면과 기관단체, 후원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초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도와주는 여러분이 계시기에 우리같은 장애인들이 더 많은 힘을 얻고 살아갑니다.

 

-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이 늘었습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둬야 할까요.

▲ 취업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취업만 하면 장애인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 우리 순창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국적인 문제입니다. 최근에만 해도 어느 기업에 장애인을 추천해줬는데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렇듯 기업체에서 편견만 깨면 장애인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기도 합니다. 단지 몸이 불편할 뿐이지 열정은 어느 누구에 뒤지지 않습니다. 각별히 부탁드리고 싶은 사항입니다.

 

- 이제부터는 정다운 두 분의 결혼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 제가 4남 2녀 중 장남이고, 집사람이 2남 6녀 중 장녀입니다. 두 왕초가 만나 사는거지요(웃음). 저는 결혼도 하기 싫었고 물론 아이에 대한 소망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으니 인생관이 변했다고 해야겠지요. 집안 형님의 소개로 이 사람을 만났는데 첫 눈에 내가 아니면 누가 데려가나 그런 느낌이 강하게 나를 때렸습니다. 천생인연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얼마후 장인으로부터 ‘안되겠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습니다. 장인께서 제 재산상태를 확인했는데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아무리 마음이 중요하지만 일도 할 수 없는 딸을 맡기기에는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다행이 ‘재산이 그렇게 중요하냐 마음편히 살면되는거지’라는 가족들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릴 수 있었고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집사람은 바다구경 한번도 못하고, 술 한번 먹지 않았고, 영화한번 보지 못했습니다. 완도로 가서 바다를 보고 영화도 보러 갔습니다. 그때만해도 집에 가두다시피 했잖아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픕니다.

 

- 그러셨군요. 그렇게 아련한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꿈은 어떤 것일까요.

▲ 큰 욕심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제일 걱정이지요. 저희 집 가훈인 ‘사랑과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과 함께 즐겁게 만나서 대화하고 사람을 알아가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더 큰 꿈을 위해 열쇠 일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손이 불편하다보니 안되더라구요. 도장 가게 하는 것도 예전과 달리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도 이곳을 쉼터로, 사랑방 같은 곳으로 만들어 농사얘기, 자식얘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함께하는 장소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혀를 씹을지언정 누구와도 싸워 이겨보려고 해본 적이 없었다”는 강성오 사장. “나하고 싸워서 나를 이기려했지 남을 이겨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한다. “장애인은 많이 참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청에 다니는 큰딸과 광주여대에 다니는 작은 딸이 걱정(?)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온다. 매일 아침 8시 인계에서 읍내로 같이 출근해서 저녁 7시 같이 퇴근하는 강성오•오화순 부부. 일요일이면 순창산악회원들과 산을 타는 그들은 하루 24시간을 함께 호흡하면서 봉사와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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