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54)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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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54)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2.09.0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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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박수밀·송원찬 저. 「새기고 싶은 명문장」

흔들리는 자신을 세우는 한 줄의 좌우명, 잠언, 명언 등 “당신의 가슴속에는 한 문장이 있습니까?”라며 이 책은 우리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한국과 중국의 고전문학을 연구하는 저자인 두 사람의 학자가 현대인들에게 깨달음이 될 만한 구절을 골라서 모으고, 그에 관한 배경지식을 충실하게 곁들여 한 번에 지나치지 못하고 반복해서 읽을 만큼 시선을 잡아놓기 때문이다.

내 가슴에도 한 문장의 명언이 있는가 하고 생각을 더듬다 보니 초등학교 서예시간에 했던 ‘가훈’쓰기는 이미 오래된 기억 속에서 까마득하다. 마음의 심지로 삼아가며 ‘좌우명’ 하나쯤 간직하려 노력했던 시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추억이기도 하다. ‘책만 보는 바보’라 불릴 만큼 하루도 책을 놓은 적이 없었다는 선비 이덕무의 좌우명은 ‘나는 나를 벗으로 삼는다’이고 오직 하나의 조국과 민족을 위해 70세 이후로는 하루에 세 번씩 낭송 할 정도로 즐겨 썼다는 김구선생의 좌우명은 ‘눈 밟고 지나갈 때 함부로 걷지 말자. 오늘 내가 남긴 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였다고 한다. 자신들이 지향하는 세계관이 오롯이 담긴 좌우명인 셈이다.

이번에 상상을 초월하는 바람의 발톱을 할퀴며 국토를 쑥대머리로 만들어버린 태풍은 인명과 재산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난생처음 팔목깁스를 해야 했던 나 정도는 위로의 대상조차 되지 못할 만큼 태풍 피해 당사자들의 절망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무심한 탓인지 가을은 어느새 들어와 앉는다. 꿈을 땅에 던지며 쓰러졌던 상처 난 과실 옆에서는 다른 곡식들이 뜨거운 햇볕에 몸을 담근다.

태풍을 겪으며 이 책을 만나다보니 “재앙 대비에 가장 좋은 것은 미리 막는 것이다”라는 구절과 야속한 말이지만 “잘못의 원인을 내게서 찾는다.”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설마라는 생각을 버리고 할 수 있는 일은 미리서 하는 것이 필요하고,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나 자연현상에서부터 원인을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반성해보는 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촛불로 밤을 밝혀도 어둠은 밝아진다” “백척의 장대 끝에서 한 걸음을 내 딛는다”라는 구절은 절망 속에서 일어서는 희망과 의지의 장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결단하면 과감히 행동하라”는 말과 “아홉길을 팠는데도 샘이 솟지 않는다고 그만 두지 말라”는 말은 적극성과 끈기에 대한 일관된 주문으로 일상에서도 비슷하게 자주 제시된 문장이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고 교훈 삼아야 할 것은 “잘못하고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라는 말과 “가는 곳 마다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한 권의 책에서 적어도 세 가지 정도는 얻을 것이 있다고 한다. 한 가지 만이라도 얻어서 자신의 삶에 뼈가되고 살이 될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이다.

‘무자기(毋自欺)’는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말이다.《대학》의 〈성의장〉에 나오는 말로 퇴계 이황을 비롯해 조선시대 수많은 지식인이 평생의 좌우명으로 가장 즐겨 삼은 말이라고 한다.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말속에는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라는 뜻이기도 하고,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말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문장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런데 왜 두려워지는 것일까? 자신을 속이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속이지 않는 일은 어려울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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