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상환기간에 영농의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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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상환기간에 영농의지 떨어진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2.09.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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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농촌육성기금 단기 융자만 가능… 조례에는 중ㆍ장기도 명시
개인 신용등급만 심사에 반영… 영농의지 평가는 어디에도 없어

적성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씨는 무너진 하우스를 보면 앞이 막막하다. 새농촌육성기금 융자를 받은 그는 하우스를 지었지만 태풍으로 쓰러져 빚더미에 올랐다.

콩이나 고추 등 봄에 심어 가을에 걷는 단기 작물이 아닌 나무를 심어 수확에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한 그가 받은 새농촌육성기금은 거치 후 상환까지 3년 이내로 기간이 짧다. 김씨는 새농촌육성기금 상환이 최장 8년까지 가능하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는 말을 듣고 분개했다. 또 다시 빚을 내야 하는 김씨의 사연을 들은 이웃과 의회에서는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시행하지 않는 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영농투자를 하도록 시행하고 있는 새농촌육성기금이 거꾸로 농민의 영농의지를 꺾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새농촌육성기금 융자를 받은 농민 가운데 자연재해를 입고 내년 소득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은 빚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새농촌육성기금은 지난 1996년 군이 조례를 제정한 뒤 일부 개정을 거치며 지금까지 시행해오고 있다. 제도에 의하면 농가당 3000만원, 농업법인 8000만원까지 융자를 해줄 수 있다. 융자기간은 1년 거치 2년 이내 상환을 말하는 단기성과 2년 거치 3년 이내 상환인 중기성, 3~5년 거치 3년 이내 상환인 장기성으로 구분되며 천재지변 등 군수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새농촌육성기금 관리가 농협중앙회 군지부로 넘어간 뒤 농민들은 중ㆍ장기성 융자를 받지 못했다. 군과 농협이 협약을 맺을 당시 자금순환과 채권관리가 편하다는 농협 주장이 조항에 반영돼 단기성만을 취급하기로 문서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정식 협약을 맺은 뒤 융자를 받은 사람 가운데 아직까지 상환기일이 도래한 사람은 없지만 재해를 입었음에도 곧 갚아나가야 하는 사람들로서는 적은 돈이라도 부담이 된다. 새농촌육성기금의 연대보증으로 인해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다 원금보다 많은 이자를 물어내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자 군은 지난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3%의 연체이율을 적용하고 분할상환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현재 운용되는 새농촌육성기금도 분할상환을 할 수 있다.

농협은 군이 새농촌육성기금을 관리할 당시 무더기 연체사태가 났던 점을 토대로 연대보증을 폐지하면 채권관리가 어려워지고 기금 융자를 받은 후 빨리 갚아야 다른 농민에게 안정적으로 융자해줄 수 있다며 단기성을 고집했다.

 

임성우 농협중앙회 군지부 직원은 “장기로 할 경우 인명보증이 없어져 채권부실의 우려가 커지고 단기융자보다 상환의지가 줄어든다. 실무자 입장에서도 단기자금이 관리하기 편하고 자금회수율이 높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 역시 단기성 사업자금만 협약한 이유에 대해 “상환기간을 중ㆍ장기로 운영할 경우 부실 채권이 다수 발생할 수 있고 수탁기관(농협중앙회 군지부)의 상급기관(농협중앙회) 승인 조건으로 요구되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상급기관 승인 조건 요구는 공문이나 규정에 의해 구체화된 것이 아닌 구두로만 전해진 내용이라고 밝혀 공신력을 갖지 않은 내용이 협약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현장에서는 신용등급만을 기준삼지 말고 단위농협의 조합원대출과 같이 영농의지가 융자심사에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농업용으로 쓰이는 새농촌육성기금의 융자심사가 시중은행의 대출심사를 답습하고 있어 영농의욕 고취라는 본래의 목적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농민은 “단위농협에서는 농민들이 대출상환을 일부 연체하는 경우가 있어도 가을걷이가 끝나면 갚는 것을 알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또 피해를 보면 연체이율을 깎아주거나 상환기일을 연장해주는 것은 빈번하다”고 말했다. 사업실적을 살펴보면 지난 2010년 신청한 70건 모두 융자가 되었지만 작년은 135건 신청에 111건 승인, 올해는 69건 신청에 45건만이 승인됐고 금액은 11억 8025만 원 규모였다. 모두 단기성이다.

이 같은 사정을 들은 최영일 군의장은 “새농촌육성기금을 단기로만 융자해주는 것은 명백한 조례위반이다. 조례와 상관없이 임의대로 협약하면 자치법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분명히 단ㆍ중ㆍ장기 융자가 가능하도록 조례를 제정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농협중앙회와 협약을 맺은 것은 잘못됐으며 바꿔야 한다”며 “농협에서는 채권확보가 안되면 새농촌육성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군에서도 농협에서도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왜 농협에 맡겨서 일을 추진하겠냐”며 재차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새농촌육성기금 융자가 문제가 되자 황숙주 군수는 기금 운영전반에 걸쳐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군과 농협중앙회는 협약내용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지부의 임씨는 “현재 단기에서 단ㆍ중ㆍ장기 모두를 적용하는 내용으로 협약을 바꿀 계획이 있다. 이자 관리나 상환도래 공지 등 중ㆍ장기 채권에 대한 관리를 더 확실히 해야 하며 쉽게 받고 쉽게 쓰려는 인식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 군지부 측은 현재 새농촌육성기금 융자를 받은 농민 가운데 태풍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서는 일단 상환 연장조치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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