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3)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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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3)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한다
  • 서성원 위원장
  • 승인 2012.09.1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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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 전주사회경제네트워크 운영위원장
협동조합 이해를 위한 시민강좌 지상 중계

 

2011년 6월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 사무실에서 수사네 베스트하우젠을 만났다.

 

인터뷰를 하던 중,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협동조합이 어떻게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즉석에서 장애인을 고용한 사회적협동조합과 통상의 자본주의 영리기업의 운영원리를 비교한 간단한 그림 한 장을 그려주었다.

논리는 간명했다. (다른 모든 비용이 0이라고 가정할 때)자본주의 기업에서는 노동자 임금 75유로를 지불하고 100유로의 자전거를 생산해 판매한다. 이렇게 해서 25유로를 남기면 자본가가 투자이윤으로 가져가는 구조이다.

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자본주의 영리기업과 달리 장애인을 추가로 고용한다. 기존 노동자들에게는 75유로의 임금을 그대로 지불하고 자전거 값 100유로를 유지한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것은 자본가의 몫이다. 투자이윤 25유로가 통째로 0으로 줄어든다. 그렇게 절약한 25유로가 장애인 노동자들의 급여로 지급된다.

장애인을 더 고용했다고 기존 노동자들의 급여를 끌어내리지도 않고 더 비싼 값에 자전거를 내놓지도 않으니,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착한 기업이란 우호적인 이미지를 얻어 시장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수사네는 말했다.

이 그림을 응용하면 소비자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의 운영원리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소비자협동조합의 존재이유는 출자자인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물건을 값싸게 파는 데에 있다. 농민들의 생산자협동조합은 주인인 조합원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비싸게 구입하는 것이 목적이다. 노동자들의 출자로 설립된 노동자협동조합이라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신용협동조합은 조합원 고객에게 좋은 조건의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절대적인 사명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아닌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업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나머지 협동조합들과 차이가 있다.

각 협동조합의 성격을 규정짓는 열쇠는 25유로의 행방이다. 25유로를 판매가격 인하분으로 돌려 소비자들에게 골고루 나눠준다면? 소비자들이 조합원인 소비자협동조합일 것이다. 농민들의 생산자협동조합이라면, 25유로를 농산물 값을 더 쳐주는 쪽으로 쓸 것이다. 노동자협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급여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재원으로 돌릴 것이다. 신용협동조합에서는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예금금리를 높이는 쪽으로 25유로를 쓰게 된다.

아마도 현실의 협동조합에서는 25유로 중 상당액을 미래 투자를 위한 내부유보금으로 적립할 것이다. 협동조합은 외부 자금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평소 잉여금이 생길 때마다 적립하는 것을 꼭 필요한 미덕으로 여긴다.

네덜란드의 라보뱅크 같은 경우는 100여 년 전부터 (수사네 그림의 25유로에 해당하는) 잉여금을 전액 적립하는 관행을 고수했다. 그렇게 쌓은 내부유보금만도 총자본금 300억 유로(약 44조4000억원)의 3분의 2를 넘어서는 규모에 이른 것이다. 라보뱅크는 막대한 내부유보에 힘입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뜬히 이겨내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3대 은행’으로 선정됐다.


노동자 임금 75유로를 지불하고 100유로의 자전거를 생산해 판매한다. 이렇게 해서 25유로를 남기면?

자본주의 기업 : 자본가가 투자이윤으로 가져감

사회적협동조합 : 장애인을 추가 고용해 급여로 지급

소비자협동조합 : 25유로를 판매가격 인하분으로 돌려 소비자들에게 나눠줌

노동자협동조합 : 노동자들의 급여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재원으로 돌림

신용협동조합 : 대출을 낮추거나 예금금리를 높임


서성원 전주사회경제네트워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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