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큰 인물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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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 큰 인물이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2.09.1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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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 큰 대 器 그릇 기 晩 늦을 만 成 이룰 성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41

틀림없다던 그가 승진에서 누락되었다는 것이다. 고시출신으로 평소 윗사람들로부터 ‘젊은 피’ 라고 공개적으로 인정받고, 주위 사람들도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고 평하였는데…, 그러나 윗사람들은 ‘그는 동기생 중 제일 어려서 앞으로 기회가 더 많을 것’ 이라며 다음으로 미룬 것이다.

본인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필자가 위로의 자리를 만들었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지 않나. 지금 조급해 하지 말게. 장관이 목표일 텐데, 너무 잘 나가는 모습을 보이면 정 맞을지도 모르지 않나.”

다행히 그는 불만을 숨기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하지만 그 후에도 계속 동기생들 보다 1-2년 늦게 따라 다니고 때로는 후배한테 뒤지기도 하였다. 다행히 이로 인해 사람들의 동정도 얻어 반사이익도 받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마침내 그에게 기회가 왔고 잘 잡았다. 그의 동기생들은 이미 애기 보러 간지 오래됐지만, 그는 결과적으로 누구보다도 ‘높은 자리에 제일 오래 앉아 남아 있는 사람’ 이 되었다.

《삼국지ㆍ위지(三國志ㆍ魏志)》에 나온다. 염종제림, 소무명망, 수인족유다경지, 이염상왈, 차소위대기만성자야, 종필원지(琰從弟林, 少無名望, 雖姻族猶多輕之, 而琰常曰, 此所謂大器晩成者也, 終必遠至) : 염의 종제 림이 어려서 명망이 없어 인척들이 멸시받았으나 염은 늘 ‘나중에 큰 인물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삼국(三國, 220-280)시대 위(魏)나라에 최림(崔林)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릴 때부터 발육이 더디고 지능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다소 뒤떨어져 친척들로부터 멸시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사촌형인 최염(崔琰)은 동생의 인물됨을 꿰뚫어 보고 사람들에게 오히려 ‘늦기는 하겠지만 틀림없이 출세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 이라고 장담하여 말했다.

“림은 말하자면 ‘대기만성’ 이 될 자야. 큰 종(鐘)이나 솥이 바로 단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이처럼 큰 인물이 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지금은 별 볼일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중에 큰 인물이 될 사람이다.”

동한(東漢)말년 최림은 말직에 있었지만 평소 훌륭한 인품과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여 마침내 조조(曹操)의 눈에 띠어 주요관직에 올랐다. 나중에도 사리가 분명하고 일을 공정하게 잘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아 마침내 황제를 보좌하는 삼공(三公)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이 성어와 관련하여 동한(東漢, 25-220)의 광무제(光武帝)때 마원(馬援)이란 명장에 관한 얘기가 있다. 마원은 변방의 관리로 출발하여 장군까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마원이 생전 처음 지방관리가 되어 부임을 앞두고 평소 존경하던 최황(崔況)을 찾아가자 그가 이렇게 충고했다.

“자네는 대기만성이란 말을 들어 봤는가? 자네가 그런 형일세. 솜씨 좋은 목수가 거친 원목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좋은 재목으로 다듬어 내듯이, 자네도 갖고 있는 재능을 살려 꾸준히 노력하면 큰 인물이 될 것이니 늘 자중하며 실력을 쌓게.”

이 성어의 의미는 큰 인물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책임을 지거나 중대한 공헌을 하는 자가 되려면 장기간의 연마와 단련이 필요하므로 좀 늦게 이뤄진다고 한 것이다.

사실 당시의 봉건사회에서 최림이나 마원처럼 만년이 되어 비로소 이토록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후세사람들은 그들이 어릴 적 뒤떨어진 모습을 벗어나기 위하여 평소에 열심히 노력하고 단련하여 이러한 큰 인물이 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큰 인물이 되려면 일정기간의 훈련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크게 될 인물은 오랜 공적을 쌓아 늦게 이루어진다는 의미를 주어, 이 성어를 만년이 되어 성공하는 것을 칭찬하거나 과거시험에 낙방한 선비를 위로하는 말로 쓰기도 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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