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순창읍내 남녀공학 중학교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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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순창읍내 남녀공학 중학교를 바라며
  • 이종철 독자
  • 승인 2012.09.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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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종철 (풍산 두승) 담양 한빛고 교사

우리 자녀들의 성장 발달에서 결정적 시기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인간의 발달에서 어떤 특정한 발달 과업을 성취하는 데는 가장 적절한 시기가 있으며, 이 시기를 놓치면 다음 시기에 보완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린이는 걸을 시기에 걸음마를 배워야 하고, 말을 배워야 할 시기에 배워야 하며, 친구들과 놀아야 할 시기에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언어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도 있고, 신체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도 있고, 자신의 주체성을 찾고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일명 미운 5살, 7살이라는 용어도 있다. 성교육도 유아기 때 부모님의 성을 대하는 양육방식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성에 대해 가장 민감하고 호기심이 폭발하는 시기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를 거치면서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와 더불어 찾아온다. 이 때 올바른 성 가치관과 정체성을 반드시 습득해야 평생 살아가면서 남녀가 서로 배려할 수 있고 장애를 겪지 않는다.

경북대 김두식 교수의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에 ‘지랄총량의 법칙’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론이 나온다. 전 생애에 걸쳐서 인간이 하는 어설픈 나쁜 짓(지랄)의 양은 일정하다. 사회현상에 일반화시킬 수 있는 이론은 아니지만 사춘기 자녀가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게 다 자기에게 주어진 ‘지랄’을 쓰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녀와의 소통도 가능해지고 결국 당면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당장의 방황(지랄)을 못 봐주고 어른들의 편견과 편의대로 성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배울 절호의 시기에 남녀를 아예 갈라놓는다. 이때 제대로 배울 기회를 놓치고 극복되지 않는 지랄(청소년기에 겪는 많은 문제, 갈등, 방황)은 결국 어른이 되어서도 제대로 배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로 불거지고 그때는 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서도 문제가 해소될지 평생 장애를 겪게 될지 모를 일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까지의 시기가 성 특히 이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이성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이성을 배려하고 서로 공존하는 법을 배울 결정적인 시기인 것이다. 이런 올바른 성교육의 결정적 시기를 우리 사회는 공부에 방해가 된다, 생활지도가 힘들다 등의 이유로 남녀를 분리해서 교육시키고 있는데 최근 일선학교에서 많이 하고 있는 토론발표수업, 협동(협력)학습에서 남녀공학이 오히려 학습에 더 활력을 불어넣고, 학교폭력이나 청결이나 언어순화 등 생활지도면에서도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유아기 때부터 시작한 성교육이 청소년기 특히 사춘기에 거의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생에서 성에 관한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남녀를 분리해 놓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중학교 남녀공학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올해 중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을 대상으로 6월쯤에 제가 재직하고 있는 고등학교에서 저랑 수업 한번 해보지 않은 1학년 신입생 73명(남녀비율 3:4, 농촌도시비율 3:4, 남녀공학중학교졸업 75%)을 대상으로 남녀공학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4명을 제외하고 압도적인 69명의 학생이 남녀공학에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 이유를 몇가지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오히려 반 분위기가 좋아지고 서로 조심성이 생기고 환경도 깨끗해진다. 학습이나 특별활동에서 상호보완적인 작용을 하기에 도움이 된다. 폭력이나 따돌림 문제가 줄어든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성에 대한 배려심을 기를 수 있다. 폭넓은 인간관계가 가능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어차피 사회는 남녀가 공존해야 하기에 학교에서 협력하는 방법을 연습해야한다. 반대 의견도 소수이긴 하지만 “남녀가 같이 있으니 불편하다. 정신연령 수준이 크다.”등도 있었다. 다 옳은 말이다. 어른들보다 어린 학생들이 더 깊게 생각하고 문제를 정확히 짚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3년간 중학교 생활을 해본 학생들의 위와 같은 생생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볼 만 하다.

불행하게도 지금 현재에도 유치원, 초등학교까지 거리낌 없이 같은 교실에서 지내다가 오히려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인 중학교 3년간 같은 또래의 이성 친구들과도 한 교실에서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뛰어놀고 공부하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연간 10시간 이상의 이론식 성교육 강의로 대신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더 늦기 전에 순창읍내 중학교의 남녀공학으로 전환을 위한 성숙되고 생산적인 논의와 적극적인 추진을 기대해 봅니다. 당장은 여러 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겠지만 길게 보고 행정적, 재정적 뒷받침을 위해 순창교육청과 순창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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